경기 불안·디플레이션 우려로
안전자산 투자 심리 확산 영향
독일·덴마크 등 10개국 이르러
전체 발행잔액의 10%이상 추산
신흥국 국채 금리에도 영향줄듯
안전자산 투자 심리 확산 영향
독일·덴마크 등 10개국 이르러
전체 발행잔액의 10%이상 추산
신흥국 국채 금리에도 영향줄듯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선진국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이상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채권에 투자해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원금에다 약정 이자를 붙여서 매입 가격보다 많은 돈을 돌려 받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금리가 마이너스라면 이런 채권 투자의 기본 공식이 깨지는 것이다. 만기 때 애초 투자금보다 적은 돈을 손에 쥐게 되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채권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면 채권 금리는 떨어진다. 마이너스 금리가 가속화한다는 것은 웃돈을 주고 선진국 국채를 사야할 정도로 투자 자금이 몰린다는 뜻이다. 시장에선 경기 하강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대표적 안전자산인 선진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부추겨 마이너스 금리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체 선진국 국채 발행 잔액의 10% 이상이 마이너스 금리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확산되면 시장이 정상화했을 때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국제금융센터와 블룸버그의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24개 주요 선진국 가운데 독일·프랑스·벨기에·덴마크·스위스 등 10개국에서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 상태다. 국채 금리가 0%대이거나 마이너스 금리를 나타냈다가 회복한 5개국을 더하면 절반을 훌쩍 넘는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단기 국채에 간간이 나타났던 마이너스 금리 현상이 최근엔 장기 국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올해 들어 독일·핀란드·일본은 5년만기 국채, 스위스는 10년만기 국채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로 돌아서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선진국 국채 발행 잔액 33조 달러 가운데 4조 달러 이상이 마이너스 금리인 것으로 추산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마이너스 금리 국채 규모를 7조3000억 달러로 집계하기도 했다.
이처럼 마이너스 국채 금리라는 이례적 현상이 확산되자, 글로벌 투자은행인 제이피 모건이 만들어낸 ‘지니’(ZYNY, zero-yield to negative-yield, 제로 금리·마이너스 금리)라는 신조어까지 시장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선진국 국채 마이너스 금리 확산은 경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제이피 모건은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가 영향을 미쳤지만 배후에는 저조한 경제성장과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를 우려해 투자자들이 ‘수수료’(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원금 손실)를 감수하더라도 안전자산인 선진국 국채에 몰린다는 것이다. 채권 매매 관점에서 보면, 마이너스 국채 금리로 반드시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투자 유인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금리 추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이어서,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매입 당시보다 비싼 가격에 되팔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마이너스 금리 현상이 선진국 장기 국채로 확산되고, 회사채와 신흥국 국채의 금리 하락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아직 플러스 금리인 선진국 장기 국채와 회사채, 신흥국 국채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례없는 마이너스 금리 확산이 추후 시장 상황 변동에 따라 후폭풍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채권가격이 급등할 경우 향후 경기가 반등하면서 금리가 상승하는 시점에 가격 급락 폭이 커질 수 있고, 디플레이션이 가시화할 경우에도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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