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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생산의 위기와 복지국가

등록 2015-02-08 20:15수정 2015-05-18 15:02

김공회의 경제산책
지금 한국경제는 ‘재생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고령화 얘기가 아니다. 현재 한국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노동자들과 그 가족의 재생산 말이다. 이는 곧 경제와 사회의 재생산이 위태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복지국가’ 수립의 필요성이 좌우파 모두에서 공공연히 인정되는 것도 그래서다. 흔히 복지국가 하면 사람들은, 한때 선거판을 달구었던 ‘무상’ 시리즈를 떠올린다. 옹호자는 복지국가가 인간행복을 높여주는 이상적 체제라고 선전했고, 반대자는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사람을 나태하게 한다며 복지란 잔여적 수준에 제한돼야 한다고 떠들었다. 하지만 복지국가의 요체는 ‘무상’이 아니라 노동력과 사회의 재생산이 공적으로 관리된다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선 물론 돈이 들지만, 그것을 개별 자본과 개개인에게 맡겼을 때보다는 적게 든다는 게 중요하다. 복지국가의 의의는 그 ‘비효율성’이 아니라 ‘효율성’에 있다.

바로 그것이 서유럽에서 복지국가가 도입되고 또한 성공했던 까닭이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듯 서유럽 복지국가는 인간존엄성을 높이고자 하는 ‘고상한’ 대의에서가 아니라 큰 전쟁을 두번 치른 뒤 격화되는 세계경쟁에 재빨리 대응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의해 강요된 선택이었다. 현재 한국경제도 비슷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 향후 한국경제의 성패는 재생산의 공적 책임과 관리 체계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간 재생산은 개별 주체들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보육이나 학교교육, 의료는 개별가계에서 소득으로써 처리할 일이었고, 대기업이나 정부기관 위주로 불균등하게 도입된 ‘사내복지’가 이를 일부 보완했다. 국민의료보험 같이 여러 좋은 제도들이 있지만,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할 부분이 너무 큰 게 현실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세제개편을 이런 맥락에서 볼 수도 있다. 교육비나 의료비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함으로써 세제의 누진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옹호자들의 논리이지만, 실은 공제제도 자체가 역진적인 것이다. 많이 쓸수록 더 많이 공제받으니, 어떻게 하든 부자에게 이득이고 가난한 자들에겐 딴나라 얘기다.

그런데 양육 관련 공제제도의 취지가 뭔가? 아이를 잘 돌보자는 것 아닌가? 국가가 다 못해주니, 개인이 알아서 하되 비용의 일부를 세제혜택으로 보전해주겠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재생산 책임을 개인에게 맡기는 방식이 한계에 다다랐다면, 해답은 공제방식 변경이 아니라 양육에 대한 접근의 전면 재고 아니겠는가? ‘무상보(교)육’을 주장하는 이라면 이번 정부의 공제제도 ‘합리화’를 단순히 옹호하는 데서 멈춰선 안 되는 이유다.

김공회 정치경제학 강사
김공회 정치경제학 강사
하지만 아무리 복지국가, 즉 노동력과 사회의 재생산을 공적 책임하에 두는 것이 사적 방식보다 낫다 해도, 비용은 들지 않는가? 누가 내야 하는가? 재생산 위기가 왜 왔는지를 따져보면 답은 쉽다. 비정규직 850만, 두자릿수 청년실업률의 저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누구인가? 이 와중에 실질임금은 아예 줄어들고 있으며, 부족한 내수를 받쳐줬던 가계부채라는 ‘마약’은 1천조원을 훌쩍 넘었다. 여기서 이득을 본 사람들이 내는 게 순리 아니겠는가?

김공회 정치경제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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