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기금은 사회혁신기업가포럼 회원사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5월부터 설립 논의가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포럼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기금 설명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회혁신기금추진단 제공
사회적 경제 ‘공제 기금’ 본격화
충북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흙사랑영농조합법인은 지난해 400만원을 들여 전동지게차의 낡은 배터리를 교체했다. 농산물 출하에 꼭 필요한 장비인데 차일피일한 일이었다. 배달업 협동조합 한국프랜차이즈협동조합은 오토바이 운반·수리 시스템을 교체했고, 극단 새벽은 노후 조명장비와 음향 시스템을 바꾸는 등 극장을 리모델링했다.
이들 사회적 기업이 숙원을 해결할 수 있었던 건 ‘사회적 경제 기금’ 덕분이다. 이 기금은 2013년 사회적 기업 ‘삶과 환경’이 수익의 일부인 3000만원을 내놓은 게 종잣돈이 됐다. 기부금 활용 방안을 고민하던 충북시민재단은 충북사회적경제센터와 함께 사회적 경제 기금을 설립해 운영하기로 결정했고, 지난해 흙사랑영농조합 등 충북지역의 4개 사회적 기업 및 협동조합에 모두 1500만원을 처음으로 지원했다.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정부·지자체 지원 대상이 아닌 생산설비와 장비에 초점을 맞췄다.
사회적기업공제기금 40여 회원 참여
사회혁신기금 2억5천만원 구두 약정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제 사업 나서 납부액 최고 5배 경영자금 등 대출
“참여와 연대 통한 상부상조 금융
회원사 늘려 안정적 자금확보 숙제” 상환 의무가 없는 순수 지원 방식이어서 배분만 할 경우 기금을 유지할 수 없었다. 두 기관은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역의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추가 출연을 호소했다. 10여곳의 사회적 기업이 정기·비정기적으로 출연을 약속해 현재 다달이 300만원이 적립되고 있다. 첫 배분사업이 지역에 알려지면서 다른 사회적 기업들이 흔쾌히 동참하는 계기가 됐다. 충북사회적경제센터 하재찬 사무처장은 “기금은 모으는 게 아니라 활용하는 게 목적”이라며 “추가 적립금도 그때그때 적절한 규모로 지원 대상과 활용처를 찾아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소액이라도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서로 지원을 하고 또 받으면서 연대의 힘을 확인하면 기금 운영이 선순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최대 숙제인 돈 문제를 ‘상부상조’를 통해 풀어나가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전국 단위로 경영자금 대출이나 공제사업을 하기 위한 ‘자조(自助) 기금’의 설립과 운영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와 함께일하는재단은 올해부터 ‘사회적기업연대공제기금’의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이 기금은 지난해 설립돼 지금까지 40여개 기업이 가입해 적립 규모가 1억6000만원가량에 이른다. 수출입은행의 기부금 1억원이 종잣돈이 됐다. 현재 다달이 2800만원가량이 적립되고 있는데 오는 3월까지 100개사 가입을 목표하고 있다. 가입 대상은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월부금(10만원 단위)을 납부하면 만 3개월이 지나 대출 자격이 생긴다. 한도는 납부 총액의 최고 5배, 대출 이자율은 연 2~3%다. 기금의 특징은 부금 납부가 끝난 뒤에도 공제 계약을 유지하면 장려금 형태의 이자를 준다는 점이다. 만기 뒤에도 납부금을 유지하면 최대 연 2%(대출이 없을 때) 이자를 준다. 재단 쪽은 회원사 확장을 위해 연 4%까지 장려금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설 연휴께 진행할 계획이다. 하정은 함께일하는재단 팀장은 “지금은 대출사업 위주지만 손해보험 등 다른 공제사업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사회혁신기금’은 최근 대출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오는 3월부터 기금사업을 시작한다. 현재까지 50여개 기업, 약 2억5000만원의 출자금이 구두약정된 상태다. 10억원을 목표로 이번주부터 약정 체결에 나선다. 이 기금은 특히 3개월가량의 단기 긴급자금 대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많은 사회적 기업이 여유자금 부족으로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혁신기금추진단이 최근 사회적 기업 40여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충분한 여유자금이 없어 사업 실적과 관계없이 임금·임차료 지급과 매출 발생일이 일치하지 않거나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일시적인 보증금 마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얼마 전까지 국내 대형은행에서 일했던 추진단의 이상진씨는 “대출은 신청 후 7일 이내에 이뤄지며 대출 수수료는 연율로 3~4%가 될 것”이라며 “법인이 아닌 대표자 개인 역량으로 자금을 조달해온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사회적 경제 조직의 공제사업에 전향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당사자 조직과 공제사업의 활성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인데, 사회적기업협의회 등이 공제사업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존 농협·신협 등의 특별법과의 충돌 때문에 금융사업을 할 수 없게 돼 있는데 협동조합법도 개정이 필요한 대목이다.
공제기금의 성패는 안정적인 자금 확보에 달려 있다. 과거 지역이나 업종 단위의 소규모 공제기금이 시도됐지만 흐지부지된 것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제기금을 추진하는 이들은 초기 연착륙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 기업 등으로부터의 마중물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사회책임경영 차원에서 이뤄지는 민간기업의 지원이 뒷받침이 될 수도 있다. 함께일하는재단의 하 팀장은 “법적 근거가 마련돼 정책자금이 투입되면 기금의 안정성이 높아져 회원 가입을 유인하는 효과도 커질 것”이라며 “초기에는 정책자금이나 기부금 등 무이자 자금이 받쳐주어야 리스크를 줄이며 운용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당사자인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지경배 강원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적 경제 생태계에서 명실상부한 공제기금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당사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자발적인 조합원 출자 방식이 중심에 서야 원칙에 부합하고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사회혁신기금 2억5천만원 구두 약정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제 사업 나서 납부액 최고 5배 경영자금 등 대출
“참여와 연대 통한 상부상조 금융
회원사 늘려 안정적 자금확보 숙제” 상환 의무가 없는 순수 지원 방식이어서 배분만 할 경우 기금을 유지할 수 없었다. 두 기관은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역의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추가 출연을 호소했다. 10여곳의 사회적 기업이 정기·비정기적으로 출연을 약속해 현재 다달이 300만원이 적립되고 있다. 첫 배분사업이 지역에 알려지면서 다른 사회적 기업들이 흔쾌히 동참하는 계기가 됐다. 충북사회적경제센터 하재찬 사무처장은 “기금은 모으는 게 아니라 활용하는 게 목적”이라며 “추가 적립금도 그때그때 적절한 규모로 지원 대상과 활용처를 찾아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소액이라도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서로 지원을 하고 또 받으면서 연대의 힘을 확인하면 기금 운영이 선순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