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군 화백
중견·대기업 입찰 제한분야에
2013·14년 26개 가짜 중기 참여
1014억원 규모 납품계약 새치기
KCC 476억, 삼표 252억, 유진 89억
삼표가 위장기업 5개로 최다
2013·14년 26개 가짜 중기 참여
1014억원 규모 납품계약 새치기
KCC 476억, 삼표 252억, 유진 89억
삼표가 위장기업 5개로 최다
레미콘 생산업체 ㈜삼표는 3년 평균 매출액이 6393억원에 해당하는 대기업이다. 공공조달시장 참여가 제한된 기업이지만 ㈜알엠씨·㈜유니콘 등 위장 중소기업 3곳을 설립해 공공조달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런 꼼수로 세 업체가 레미콘 공공조달시장에서 2년간 취한 이득은 252억원에 이른다.
부동산업을 하는 중견기업인 ㈜케이씨씨홀딩스는 정보시스템 개발을 주요 업무로 하는 ㈜시스원을 공공조달시장에 참여시켰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따라 20억원 미만 소프트웨어 개발사업 공공조달시장에서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입찰 참여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시스원은 2년간 총 476억원의 소프트웨어를 납품했다.
삼표나 케이씨씨홀딩스처럼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입찰 참여가 제한된 공공조달시장에서 위장 중소기업을 설립하는 꼼수를 부려 사업을 따낸 기업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시장에 참여 중인 3만92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013~2014년 위장 중소기업 실태조사’를 벌여 19개 대기업·중견기업이 설립한 26개 위장 중소기업을 적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은 가방·책상·의자 등 207개로, 공공기관의 조달계약 입찰 때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지난 2년간 위장 중소기업을 통해 공공입찰시장에서 1014억원(2013년 474억원, 2014년 540억원) 규모의 납품계약을 따냈다. 2013년 실태조사 때보다 13.9% 증가했다.
기업별 납품 규모는 케이씨씨홀딩스(475억5000만원)가 가장 많았고, 이어 삼표(252억1000만원), 유진기업(88억5000만원), 쌍용양회공업(59억9000만원), 다우데이타(55억7000만원) 등이었다.
위장 중소기업 수는 삼표가 5개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유진기업·팅크웨어·다우데이타가 각각 2개, 나머지 기업은 1개씩이었다. 이들 기업의 위장 중소기업의 지배방식은 중소기업의 지분 확보, 중견기업·대기업의 공장 등 임대와 대표 및 임원 겸임 등이었다. 2013년에도 적발된 바 있는 삼표는 그룹 회장의 친족과 최대 주주가 최대 출자자가 되는 형태로 위장 중소기업을 설립해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장 중소기업의 업종별 분포를 살펴보면 소프트웨어 개발(35%) 업종에 가장 많이 집중돼 있었다. 이어 레미콘(27%), 전기전자(15%), 아스콘(8%), 기계(8%) 등의 순이었다. 2013년 실태조사에선 적발된 36개 기업 중 30개인 83%가 레미콘 업종에 집중된 바 있다.
중기청은 “판로지원법 위반 혐의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며 “중소기업 확인서를 허위나 거짓으로 발급받은 기업을 검찰에 고발하고 위장 중소기업을 공공기관에 통보해 공공조달시장에서 퇴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공공조달시장은 2013년 기준 113조원 규모이며, 중소기업제품 구매가 78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69.7%를 차지한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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