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연평균 기준으로도 7년 만에 100엔당 1000원 선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엔화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도 엔화약세 지속될듯
지난해 일본 엔화 가치의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연평균 기준 원-엔 환율이 7년 만에 100엔당 1000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4년 중 외환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연평균 원-엔 환율은 100엔당 996.6원으로 2013년에 견줘 127.7원 떨어졌다. 엔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가 12.8% 높아진 것이다. 연평균 원-엔 환율이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7년(789.7원) 이후 처음이다.
연평균 원-엔 환율은 2008년 100엔당 1077.3원을 거쳐 2009년 1364.0원, 2010년 1320.2원, 2011년 1391.0원 등 1300원대에서 유지되다가 2012년 1413.7원을 정점으로 2013년(1124.3원)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따라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연평균 38.5%나 치솟았다.
지난해 하반기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띠면서 원화는 달러화 대비 약세였다. 하지만 원화가 엔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낸 것은 달러화 대비 원화와 엔화의 절하 폭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099.3원으로 1년 전보다 43.9원 상승해 원화 가치가 4.0% 떨어진 반면 같은 기간 엔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12.3%나 절하됐다. 원화가 엔화의 절하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엔화 대비 원화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연초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엔화 약세에 급제동이 걸리기도 했지만, 올 한해 전체를 놓고 보면 엔화 약세 기조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많다. 미국의 경기 회복과 하반기로 예상되는 정책금리 인상은 달러화 강세 요인인 반면,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는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처럼 원화가 엔화의 절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원-엔 환율 하락(엔화 대비 원화 가치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원-엔 환율 하락은 일본과 경합하는 우리 수출 품목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엔 환율은 지난 13일 913.1원까지 떨어졌는데, 금융시장에선 올해 800원선 진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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