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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은, 성장률 전망치 낮췄지만…“현재 금리로 부족함 없다”

등록 2015-01-15 19:40수정 2015-01-15 21:22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낮아져
“유가 하락은 좋은 디스인플레이션”
이주열 총재, 가계 부채엔 우려 표명
한국은행이 15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9%에서 3.4%로 대폭 낮춰 잡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4%에서 1.9%로 하향 조정했지만,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지는 분위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상황에서도 올해 경기 회복세에 대해선 비교적 긍정적으로 예상했고, 저물가도 수요 둔화보다는 주로 공급 측면에서 비롯됐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에선 한은이 올해 1분기 중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내려 ‘연 1%대 기준금리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실현되기 힘들 것이라는 신호를 이 총재가 시장에 확실히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로 동결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물가상승률 전망이 낮아졌지만 이는 공급 쪽 요인인 국제유가 하락에 기인한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여러 관련 지표를 봤을 때, 현재의 금리는 실물경기 흐름에 비추어봐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의 경기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이 금융통화위원 7명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해 준다.

이 총재는 특히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올해 경기 둔화를 뜻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함으로써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이례적인 요인으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진 게 전망치를 내린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그러나 올해 경기 회복 속도는 지난해보다 빨라질 것이고, 전망치 3.4%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공급 쪽 요인에 의한 저물가에 통화정책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저물가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오히려 유가하락에 의한 저물가는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유가하락은 분명히 실물경제에 도움을 주는 게 명백하다”며 “유가하락에 따른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은 통상 ‘좋은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얘기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부정적인 데는 가계빚 급증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8월초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와 두 차례에 걸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10월부터 다달이 6조원 이상 늘어나는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수년간 가계부채가 소득증가율을 웃돌아서 증가했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다”며 “증가 속도도 빠르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총재는 특히 “앞으로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완화기조를 유지해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되 금융안정에도 적극 유의하면서 운영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국제유가와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 해외 위험요인과 가계부채, 그리고 자본 유출입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정부 주도의 구조개혁이 성장세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은 경제에 내재된 비효율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경기둔화를 초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구조개혁을 강조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이 완화된 것도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이재승 케이비(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나 낮추면서도 이 총재가 현 기준금리 수준이 경기 회복세를 지원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과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이 결정된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 총재가 상당히 탄탄한 논리로 금리 동결에 대한 입장을 밝힌 만큼, 사실상 기준금리 추가 인하는 힘들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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