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한겨레 자료 사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노후 원전인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안건을 새해 첫 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원전 폐로 역사’의 원년을 시작할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정부는 ‘돌려봐야 적자’라는 진단이 나온 노후 원전의 재가동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노후 원전 해체 문제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마냥 미루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안위는 15일 정례회의를 열어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을 상정하기로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우리나라에선 국내 첫 원전인 부산 고리 1호기가 2007년 30년간인 설계수명이 끝난 뒤 가동 시한을 1차로 10년 연장했다. 월성 1호기는 두번째로 설계수명 만료에 이른 사례다. 고리 1호기는 1차 연장 시한이 2017년에 끝나는 탓에 현행법상 적어도 올해 6월까지는 2차 연장을 신청할지, 원전을 궁극적으로 해체하는 폐로의 길을 갈지 선택해야 한다. 올해는 폐로 역사의 원년을 시작할 것인지를 두고 찬반 논란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원안위는 차관급 정부 위원회로,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의 상임위원과 7명의 비상임 위원이 상정 안건을 합의 또는 표결로 결정한다. 표결 땐 과반수인 5명 이상이 찬성하는 쪽으로 결정된다. 원안위의 한 위원은 “월성 1호기 안건은 위원장이 정치적 부담 때문에 표결에 앞서 합의를 시도하겠지만 워낙 견해가 갈려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월성 1호기만 두고 봤을 때 재가동할 사업성 유인은 크게 떨어진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월성 1호기를 8년간 추가 운전할 때 한수원에 최대 5000억원에서 최소 2500억원 정도 적자가 난다는 경제성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월성 1호기는 수명만료로 가동을 멈춘 지 2년2개월째로 접어든 탓에 당장 재가동을 해도 채 8년도 운전할 수 없다. 이 분석은 한수원이 수명연장 신청 전후로 2009~2011년 쏟아부은 5000억원대 시설개선비는 매몰비용으로 간주해서 계산에서 뺀 것으로, 재가동은 사업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런 시설개선비 투자는 수명연장이 부결되면 국민 전기세로 전가될 수천억 낭비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어 공기업인 한수원이 제멋대로 비용을 집행한 뒤 수명연장 압박카드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하지만 한수원 관계자는 “월성 1호기 영구중지와 폐로로 갈 경우 6455억원의 비용만 발생하니, 재가동을 하는 게 상대적으로 더 이익”이라며 “월성 1호기 시설용량은 전체 발전 비중에서 1%도 되지 않지만 발전 단가가 싼 원전을 재가동하지 않고 엘엔지(LNG) 등 다른 발전 방식으로 대체하면 국가 차원에선 최대 3조원대 돈이 더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과 발전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쪽은 이미 재가동을 밀어붙일 뜻을 직간접적으로 수차례 드러냈다. 하지만 원안위의 또다른 위원은 “월성 1호기는 폐연료봉을 많이 배출하는 등 중수로형의 단점들을 고려해 정부가 원전정책 큰 틀에서 봤을 때 수명연장 없이 폐로하는 방식도 고민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부는 일단 폐로의 단추가 끼워지면 순차적으로 돌아올 다른 원전의 수명연장 결정 때 벌어질 주민 반발이나 탈핵진영과의 힘겨루기에 부담이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원안위 심의의결에 필수 요건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계속운전 심사 보고서는 재가동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다만 일본 원전사고 여파로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해 추가 시행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는 안전기술원과 민간 검증단의 견해가 크게 엇갈려 앞으로 공방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우리는 원전 폐로의 경험·인력·제도 등이 아주 일천한 만큼 월성 1호기 폐로 결정은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다”며 “줄줄이 이어질 노후 원전 폐로 문제는 국민 안전과 생명이 관련된 중대 사안인데 차관급 정부 위원회인 원안위가 이 결정의 전권을 갖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