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대출창구에서 한 시민이 은행 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5대은행 자영업자 대출잔액
1년만에 9.5% 가파른 증가세
가처분소득 대비 빚 상환 부담
근로자 가구보다 훨씬 높아
1년만에 9.5% 가파른 증가세
가처분소득 대비 빚 상환 부담
근로자 가구보다 훨씬 높아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빚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의 ‘3대 약한 고리’로 꼽히는 자영업자·고연령자·저소득자 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격적인 은퇴기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생계형 대출을 받아 영세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가뜩이나 부실 가능성이 큰 자영업자·고연령자 대출이 늘고 있다. 또 소득 증가율이 부채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저소득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3대 약한 고리’ 곳곳에서 이상 징후들이 포착되면서 가계부채가 총량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12일 <한겨레>가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을 집계한 결과, 135조1927억원으로 2013년 말에 견줘 11조7294억원(9.5%) 늘었다. 이는 최근 3년 새 가장 큰 폭의 증가 규모다. 또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국내 예금은행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지난해 10월 말 기준 전년 동월 대비 7%)을 앞지를 정도로 증가 속도도 가팔랐다.
상당수 자영업자는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 대출뿐 아니라, 가계대출로 잡히는 주택담보대출이나 개인신용대출도 받는다. 따라서 이를 모두 포함한 금융권 전체의 자영업자 부채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련 통계가 없어 제때에 정확한 총량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자영업자 부채는 증가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일반 근로자 부채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46.8%로 상용근로자 가구(90.7%)에 비해 매우 높았고,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도 자영업자 가구가 26.9%로 상용근로자 가구(19.5%)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자영업자 가구의 빚 상환 부담이 근로자 가구에 비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내수침체의 장기화에다 업종의 영세성으로 인해 자영업자의 소득기반이 약화하면서 자영업자 부채 문제가 가계부채 문제의 중심축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부채는 또다른 ‘약한 고리’인 고연령자 부채와 맞물려 부실 위험을 키우고 있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자영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자영업자 대출이 고연령층에서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베이비붐 세대 자영업자들은 영세하고 수익성이 낮은 업종에 집중돼 있는 탓에, 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다른 연령대에 견줘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 은퇴 계층의 소득 수준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의 자영업 진출과 이에 따른 자영업자 대출 증가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409만4000명으로 1년 전에 견줘 6만명이 늘었다. 전체 자영업자가 같은 기간 5만7000명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50대 이상이 자영업자 수 증가를 주도한 것이다. 또 지난해 부도를 낸 자영업자도 50대 이상이 전체의 75.3%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으로 많았다.
주택대출 50대 이상 비율 증가
원금 못갚아 만기연장 탓 분석
소득이 부채 증가 못따라가는
저소득층 채무 부실 우려 고조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50대 이상 고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리스크 요인이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전체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서 50대 및 60대 이상 대출자의 비중은 2009년 말 각각 26.9%, 15.1%에서 지난해 3월 말 31.0%와 19.7%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30대와 40대의 비중은 각각 5.3%포인트와 2.6%포인트 줄었다. 이는 집값이 치솟고 가계부채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던 2000년대 초중반에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40~50대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원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한 채 만기 연장으로 버티고 있는 데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 또 베이비붐 세대 은퇴 본격화에 따른 추가 대출 수요도 50대 이상 고연령층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소득 수준이 급격히 떨어지는 50대 이상 연령층의 부채 증가가 가계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50대 및 60대 이상 주택담보대출자의 경우 2012년 한해를 제외하곤 소득 증가율이 대출 증가율을 줄곧 밑돌았다. 배영목 충북대 교수(경제학)는 “고령층의 높은 채무상환 부담은 잘못되면 빚의 대물림으로 파급되거나 그렇까지 되지 않더라도 금융채무 불이행으로 가계부채 부실화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 부채상환 부담 증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 조사’ 자료를 보면, 소득 1분위(하위 20%) 부채 가구는 처분가능소득의 68.7%를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 부채 가구의 평균(26.9%)보다 부채상환 부담이 2배 이상 컸다. 채현기 케이티비(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부담이 중·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저소득층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지면 비은행권 부실화 우려가 확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원금 못갚아 만기연장 탓 분석
소득이 부채 증가 못따라가는
저소득층 채무 부실 우려 고조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50대 이상 고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리스크 요인이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전체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서 50대 및 60대 이상 대출자의 비중은 2009년 말 각각 26.9%, 15.1%에서 지난해 3월 말 31.0%와 19.7%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30대와 40대의 비중은 각각 5.3%포인트와 2.6%포인트 줄었다. 이는 집값이 치솟고 가계부채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던 2000년대 초중반에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40~50대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원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한 채 만기 연장으로 버티고 있는 데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 또 베이비붐 세대 은퇴 본격화에 따른 추가 대출 수요도 50대 이상 고연령층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소득 수준이 급격히 떨어지는 50대 이상 연령층의 부채 증가가 가계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50대 및 60대 이상 주택담보대출자의 경우 2012년 한해를 제외하곤 소득 증가율이 대출 증가율을 줄곧 밑돌았다. 배영목 충북대 교수(경제학)는 “고령층의 높은 채무상환 부담은 잘못되면 빚의 대물림으로 파급되거나 그렇까지 되지 않더라도 금융채무 불이행으로 가계부채 부실화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 부채상환 부담 증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 조사’ 자료를 보면, 소득 1분위(하위 20%) 부채 가구는 처분가능소득의 68.7%를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 부채 가구의 평균(26.9%)보다 부채상환 부담이 2배 이상 컸다. 채현기 케이티비(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부담이 중·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저소득층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지면 비은행권 부실화 우려가 확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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