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로 인해 뉴욕증시와 유럽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6일 코스피 지수도 1.74% 떨어져 1882.45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유가 50달러선 붕괴…그리스 리스크·디플레 우려 등 악재 겹쳐
유가 급락과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우려에 새해 벽두부터 세계 경제 비관론이 확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전세계 증시 동반 급락 속에 코스피지수도 대외 악재와 실적 부진 우려로 1년4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6일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대량 매도로 전날보다 33.30(1.74%) 떨어진 1882.45에 장을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3년 8월23일(1870.16)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날 코스피 급락은 유가가 하락하고 그리스 리스크, 디플레이션 우려 등 유로존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다시 부각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데 따른 것이다. 앞서 5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장중 배럴당 49.95달러에 거래돼, 5년8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50달러 선이 무너졌다. 이에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1.8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1.83%), 나스닥 종합지수(-1.57%) 등 미국 3대 지수가 모두 크게 하락했다.
프랑스(-3.31%), 독일(-2.99%), 영국(-2.00%), 그리스(-5.63%) 등 유럽 주요 증시도 일제히 급락 마감했고, 유로화 가치는 장중 1.1864달러까지 떨어져 8년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오는 25일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노선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승리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렉시트’(Grexit·Greece와 Exit의 합성어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탓이다.
지난 3일 전미경제학회 총회에서 국제금융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때보다 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준비하고 있는 전면적 양적완화가 유로존 위기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서동필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전까지는 유럽중앙은행이 돈만 풀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돈을 푼다고 되겠느냐’는 쪽으로 심리가 바뀌었다”며 “향후 상황을 쉽게 예단할 수 없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유럽 증시 하락의 여파로 코스피뿐 아니라 일본 닛케이지수(-3.02%)와 대만 자취안지수(-2.43%)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급락했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되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선진국 국채와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금의 가치가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엔화는 달러당 장중 118엔 후반까지 떨어지면서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원화도 엔화 강세에 동조 현상을 보여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1원(1.00%) 내린 달러당 1098.8원에 장을 마감했다.
김수헌 방준호 기자 minerva@hani.co.kr,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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