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사태’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퇴를 결정하고도 등기이사직은 유지하기로 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표면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을 뿐 실질적인 퇴진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11일 “(조 부사장의) 부사장직 사표가 수리됐다”면서도 “등기이사직 유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의 등기이사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등기이사 선임은 주총에서 결정되지만 사임은 공시만 하면 된다. 사임할 뜻이 있다면 주총 시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는 셈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직책 사퇴는 조직 구성원과 얽힌 결정의 문제지만, 주식회사의 등기이사는 주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주주에게 책임을 지는 자리”라며 “이번 사건으로 대한항공 이미지가 실추되고 회사의 가치가 위협받아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으므로 조 전 부사장은 이사 사임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의 사내 등기이사는 모두 6명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 회장의 매형인 이태희 그룹 법률고문, 지창훈 총괄 대표, 이상균 부사장,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과 장녀인 조현아 부사장이다. 지창훈 대표와 이상균 부사장을 제외하면 모두 가족이다. 조 전 부사장은 등기이사직 유지로 월급은 계속 받게 된다. 등기이사 연봉은 약 2억여원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로 호텔 및 레저사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돈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관광,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3곳의 대표를 맡고 있다. 동생인 조원태 부사장을 상대로 한 경영승계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해석도 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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