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리턴’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5일 뉴욕(JFK) 공항에서 활주로로 향하던 비행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한 사건의 발단이 된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너츠’ 서비스 과정에서, 당시 승무원이 한 서비스는 대한한공의 일등석 객실 서비스 매뉴얼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대한항공의 ‘일등석(FR/CL) 웰컴 드링크 SVC(서비스) 시 제공하는 마카다미아 너츠 SVC 방법 변경’ 공지를 보면, 승무원은 “음료와 함께 마카다미아 너츠를 포장 상태로 준비하여 보여준다(showing)”고 명시돼 있다. 이어 “마카다미아 너츠를 원하는 승객에게는 그릇에 담아 가져다드릴 것을 안내해 드린 후, 갤리(Galley)에서 버터볼(작은 그릇)에 담아 준비하여 칵테일 냅킨과 함께 음료 왼쪽에 놓아드린다”고 돼 있다.
이 매뉴얼 변경이 공지된 것은 2012년이다. 변경 내용은 승객에게 ‘봉지째 마카다미아 너츠를 보여주라’고 한 부분은 그대로 두었다. 다만 그 뒤 원하는 승객에게 갖다줄 때 ‘봉지째 제공’하던 것을 ‘그릇에 담아 제공’하도록 바꾼 것이 전부다. 미주노선을 운항한 적이 있는 복수의 대한항공 승무원은 “지난 5일 뉴욕발 항공기 승무원이 봉지째 너츠를 갖다 보여줬다면 이런 매뉴얼에 어긋나지 않는다. 전부터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인천공항 대합실에서 열린 유방암 예방 캠페인에서 승무원들에게 핑크리본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인천공항/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한항공 쪽은 이에 대해 이 매뉴얼 변경 공지는 ‘실 오픈’(항공기 문이 닫히기 전에는 주류 제공이 가능)이 되는 공항에만 적용되고, 뉴욕처럼 실 오픈이 불가한 공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쪽이 제시한 별도 매뉴얼을 보면 ‘실 오픈 불가 공항’에서는 “주류(liquor)를 제외한 음료 위주로 개별주문 받아 서비스 한다”라고만 돼 있고, 다른 설명은 없다.
대한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개별 주문’이란 표현이 “갖고 가 보여주지 말고 뜻을 먼저 물은 뒤 서비스를 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승무원이 ‘마카다미아 너츠를 갖고 가지 말고 먼저 조 부사장의 뜻을 물은 뒤, 달라고 하면 그때 갖고 가 줬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석할 근거를 대한항공 쪽은 제시하지 못했다. 설령 이런 해석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조 부사장이 승무원을 질책하고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할 만큼 중대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항공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의 매뉴얼 해석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실’은 카트에 한 봉인을 말하는 것이다. ‘실 오픈 불가’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항공기 문이 닫히기 전에는 주류를 승객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법이 있어 이 봉인을 뜯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실 오픈 가능 여부는 견과류 서비스 방법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승무원들도 “실 오픈 불가 공항이라고 해서 마카다미아 너츠 서비스 방법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미영 정남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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