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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적합업종 지정, 강제보다 협의가 훨씬 이로워”

등록 2014-12-10 19:53수정 2014-12-11 10:44

동반성장위원회 곽수근 실무위원장. 사진 김미영 기자
동반성장위원회 곽수근 실무위원장. 사진 김미영 기자
[적합업종제 시행 4년…지금 중소기업 현장에선]
(4) 인터뷰 - 동반성장위원회 곽수근 실무위원장
대중소기업이 상생협력 하기로 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52개 품목이 올해로 3년 합의 기간이 끝난다. 막걸리·아크용접기 등 자율협약이 잘 이뤄지는 품목이 있는가 하면 재생타이어·엘이디(LED) 조명 등 이견이 충돌하는 품목도 많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동반성장위원회 적합업종 제도 실무위원장을 맡아온 곽수근 서울대 교수는 이 품목들의 재합의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그간 제도를 통해 우리 사회가 경쟁이 아닌 상생협력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제도를 처음 만들 때처럼 대중소기업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 업계간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적합업종 제도의 탄생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한 순대·떡볶이 등 품목들 대부분이 객관화된 시장 자료가 부족해 현실 파악조차 어려웠다. 2006년에 사라진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가 강제성을 띤 반면 적합업종 제도는 합의에 의한 지정이기 때문에 업계간 의견조율도 만만치 않았다. 곽 교수는 “중소기업이 아닌 건 대기업이라고 정의하고, 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하는 힘 없는 목소리를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빈 벌판에서 3년 전 시작된 적합업종 제도는 좋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먼저 중소기업 대부분이 제도의 효과에 만족했다.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를 보면 중소기업 42%가 “제도 덕택에 경영이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대기업들도 달라졌다. 곽 교수는“과거와 달리 대기업들이 이익을 얼마나 낼 것인가 보다 어디서 어떻게 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씨제이(CJ)에 공유가치창출(CSV)팀이 생겼고, 포스코는 신윤리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상생협력을 고민하지 않는 대기업은 이제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길이 아닌 곳에 진출하는 기업엔 비판과 보이콧(제품 구매 거절)이 이뤄진다. 이런 인식변화는 동반위가 기여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어려움도 많았다. 업종이 다변화하고, 시장상황이 빠르게 변하면서 동반위가 중재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는 지금도 고민거리다. “동네 빵집을 예로 들면 빵만 팔지 않고 커피도 팔고, 프랜차이즈를 하기도 하잖아요. 빵집간 거리제한을 두는 것도 전국 단위로 보면 지역마다 다른 적용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시장경제의 흐름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기업간 갈등을 너무 깊이 짊어지고 가는 건 아닌가 아직도 고민하고 있어요.”

업계 의견조율 쉽지 않았지만
경쟁 대신 협력하는 모습 확인
중소기업은 대부분 효과 만족
대기업들도 인식 변화 보여줘
초조해 말고 기다릴 줄 알아야
져주고 양보하면 상생이 저절로

그는 중소상인들이 요구하는 제도의 법제화엔 부정적이다. 법은 환경이 변하는 걸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법이 아니라 원칙을 정해놓고 시대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협의하는 게 훨씬 이롭다고 그는 말했다.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막걸리가 그 좋은 예다. 아직 재지정 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대중소기업간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다. 제조는 중소기업이 하고, 유통은 대기업이 맡는 식이다. 프리미엄 상품개발을 함께 하는 것도 논의중이다. 곽 교수는 “이런 예를 보면 실무위원장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그는 중소기업들에게 재지정이 빨리 이뤄지지 않는다고 초조해하지 말라고 말한다. 올해 시한을 맞추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충분한 합의가 나올 때까지 논의하며 서로 상생의 길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상생협력이란 말이 나온 게 10년 전 노무현 정권 때에요. 동반위가 만들어진 건 이제 4년 됐죠. 그런데 이 4년 동안에도 많이 바뀌었어요. 적합업종 제도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봐요. 제도 운영엔 숙성이 필요합니다. 제도는 당분간 더 지속돼야 하고, 언젠가 제도가 없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업계간 논의가 자율적으로 잘 이뤄져야겠죠.”

그는 제도의 안착을 위해 언론과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언론이 파수꾼으로서 잘 하는 기업엔 칭찬을, 못 하는 기업엔 꾸중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지자체도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지역특성에 맞춘 동반성장을 모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져주고 양보하고 고마워서 뭘 더 해주려다보면 되는 게 상생”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 사회라는 물에 떠있는 배에요. 사회의 지지를 받지 않는 기업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대기업은 떡볶이·순대 등서 손 떼고 ‘글로벌 스탠더드’ 기업으로 커야죠. 중소기업도 경쟁력 없는 곳까지 살리자는 제도가 아닙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거죠. 기업들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야 할 겁니다.” <끝>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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