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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막걸리 사업에 대기업 뛰어들면 지역 특색 맛내는 다양성 사라져”

등록 2014-12-03 19:31수정 2014-12-04 10:07

막걸리 시장에선 전통주 시장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대기업-중소기업간 경쟁보다는 상생을 추구하는 상황이다. 서울탁주제조협회의 한 제조장에서 막걸리를 용기에 담고 있다. 서울탁주제조협회 제공
막걸리 시장에선 전통주 시장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대기업-중소기업간 경쟁보다는 상생을 추구하는 상황이다. 서울탁주제조협회의 한 제조장에서 막걸리를 용기에 담고 있다. 서울탁주제조협회 제공
[적합업종제 시행 4년…지금 중소기업 현장에선]
(3) 막걸리 - 서울탁주제조협회
‘장수 막걸리’를 만드는 서울탁주제조협회(서울탁주)를 찾은 지난달 28일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비가 오니 저녁에 막걸리를 마셔야겠다”고 인사를 건네니 장재준 사장이 “(비오는 날 막걸리 마시는 풍습을) 누가 만들었는지 참 잘 만들었다”며 껄껄 웃었다.

서울 시내 7개의 제조장이 모여 장수 막걸리라는 공동브랜드를 낸 서울탁주는 올해로 설립 52주년을 맞았다. 서울탁주는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막걸리 시장의 40~50%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국순당·우리술·배상면주가 등 약 800여개 업체가 나눠 갖고 있다.

발효주인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짧아 지역 내 유통만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업체 대부분이 영세한 편이다. 5인 이하 기업이 약 80%를 차지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을 내는 업체도 직원이 30인 미만인 곳이 많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만들어진 2011년 당시 주5일 근무제로 인한 등산 열풍과 함께 막걸리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연구발표가 나오면서 막걸리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자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들까 전전긍긍했다.

“당시 대기업이 시장 진입을 위한 사전조사를 하고 다녀 양조장들이 위협을 많이 느꼈어요. 지방 작은 업체들은 ‘박리다매’가 가능한 대기업과 단가경쟁을 하면 죽는다는 생각을 하니까 적합업종 신청을 하게 됐었죠.”

막걸리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은 내수시장 진입을 자제하고 수출시장에 전념하기로 중소기업과 합의했다. 하지만 제도시행 1년 뒤, 막걸리 매출액이 15% 정도 감소하자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흔드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진입을 막아 시장 자체가 줄었다는 이야기였다. 장 사장의 판단은 다르다.

업체 80%가 5인이하 영세사업장
적합업종된 뒤 맛·위생 질적 성장
“중기 보호해야 지역막걸리 발전”

대기업과 제조기술 등 협업 통해
내수-수출로 시장나눠 상생 가능

“2011년 당시 5000억원대에 이른 막걸리 시장은 매출의 정점을 찍었다고 봐야 해요. 주류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막걸리 열풍의 거품이 빠지고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거죠. 양적인 성장에만 힘을 쏟던 업체들이 제도시행 뒤에 질적인 성장에 치중한 것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서울탁주도 맛과 위생에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했다. 냉장유통체계를 갖춰 신선한 막걸리 공급에 신경쓰고, 식품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해썹(HACCP)마크’도 받았다. 신제품도 부지런히 선보였다. 홍삼막걸리인 ‘홍삼 장’, 달콤한 맛이 강한 캔 막걸리 ‘이프’를 출시해 일본·중국 등으로 수출도 꾀했다. 국순당과 우리술도 각각 ‘아이싱’, ‘미스리’를 잇따라 개발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막걸리는 지역 특성이 강한 전통주에요. 수출 비중은 저희도 5%가 안될 만큼 내수산업이고요. 대기업이 참여하면 시장규모는 커질지 몰라도 다양성이 없어질 겁니다. 그렇다고 대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진 않아요. 대기업의 실험실 등을 공유해 발효나 제조기술 등을 함께 연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의 경우는 롯데칠성주류와 2010년부터 협업 중입니다. 해외영업력이 있는 롯데가 살균막걸리의 수출을 담당하고 있어요.”

막걸리 시장은 다행히 전통주 시장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다른 주류 업계에 비해 경쟁보다는 상생을 추구하는 상황이다. 장 사장은 대기업의 막걸리 시장 진입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맥주와 소주 등 다른 주류 시장이 막걸리보다 큰 탓이다. 실제로 대기업인 씨제이(CJ), 롯데칠성주류, 하이트진로는 막걸리 시장에서 수출과 유통만 하고 있다. 하지만 그도 막걸리의 적합업종 재지정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규모의 경제’로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반면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며 발전하는 산업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산업이 막걸리라고 생각해요. 가내수공업 수준의 업체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보호,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특색 있는 지역 막걸리들이 발전하며 전통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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