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의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은행원들이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아 기자
노조 “6급·5급 1~2호봉 신설…
16년 근무한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되기 더 어려워”
16년 근무한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되기 더 어려워”
한국씨티은행이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고 약속했으나, 직급을 새로 신설해 정규직 전환이 된다고 해도 대리로 승진하기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방식이어서 ‘무늬만 정규직’ 전환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일 씨티은행 노조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최근 은행 텔러(창구 전담 직원) 등 무기계약직 40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기존 급여 체계에 없던 ‘6급’을 신설하고 ‘5급 1~2호봉’을 추가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무기계약직은 일단 6급이 된 뒤 승진 심사를 거쳐 5급 1호봉으로 올라갈 수 있다. 무기계약직은 계약기간은 무기한이지만 임금이나 복지 수준은 계약직 수준이다. 씨티은행 노사는 지난 7월 올해 안에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씨티은행의 현행 직급체계는 고졸 신입 행원은 5급 3호봉, 대졸 신입 행원은 5급 9호봉(군필 남성 기준)부터 시작된다. 회사 쪽이 제시한 방안은 무기계약직을 이 정규직 조직 체계 안에 그대로 편입하는 대신 6급이란 새 직급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씨티은행의 정규직 행원은 5급 12호봉이 되면 자동으로 대리 승진을 한다. 1년에 1호봉씩 올라가기 때문에 고졸은 입사 9년 정도, 대졸은 3년차 정도가 되면 승진하는 셈이다. 하지만 회사 쪽 방안에 따르면,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5급 승진 심사를 통과하고 12년을 일해야 겨우 대리를 달게 된다.
현재 씨티은행 무기계약직은 평균 10년차로, 최장기 근무한 직원이 16년차다. 조성길 씨티은행 노조 정책홍보국장은 “16년차 직원의 경우, 30년 가까이 일해야 대리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을 과연 정규직 전환 방안이라고 볼 수 있느냐”며 “유리천장을 겹겹이 둘러 사실상 무기계약직을 정규직 조직 안으로 흡수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노조 쪽에서는 회사 쪽 방안대로 관철될 경우, 무기계약직의 근로환경만 악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기계약직은 법적으로는 정해진 일밖에 할 수 없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조 국장은 “만일 개선된 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그간의 업무범위 준수 위반 등의 책임을 물어 박진회 행장을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청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노조 쪽과의 협의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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