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타이어는 올해 합의 만료에 이르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중의 한 품목이다. 광주시 광산구 하남산단에 있는 재생타이어업체 대호산업 공장 내부. 사진 김미영 기자
[적합업종제 시행 4년…지금 중소기업 현장에선]
(1) 재생타이어 - 대호산업
(1) 재생타이어 - 대호산업
단가 후려치기 등 중소업체 흔들어
2011년 적합업종 지정돼 숨통
경기침체 덮쳐 다시 위기의 수렁
“시장 1500억 불과…대기업 손떼야” 첫 인상은 진한 고무냄새다. 지난 24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산단에 있는 재생타이어업체 대호산업 공장에 들어서자 여러 곳에 흩어져 쌓여있는 폐타이어가 눈에 들어왔다. 오영규 전무가 공장 내부를 소개하며 재생타이어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폐타이어를 건조해 원단 손상여부를 살피고 겉면을 깎아 연마합니다. 그 위에 새 고무를 입힌 뒤 패턴을 찍고, 고압검사기에 넣어 압력실험을 해요. 보시다시피 재생타이어 업종은 영세 중소업체들이 하던 ‘3디(D)산업’이에요. 그런데 이 시장에 대기업이 숟가락을 꽂는 게 말이 됩니까.” 중소업체들이 품질경쟁을 하며 엎치락뒤치락 하던 재생타이어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든 건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가 폐지되면서다. 1993년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2002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줄곧 시장을 이끌어오던 대호산업도 대기업의 등장엔 속수무책이었다. 2007년 14만본에 이르던 국내 판매량이 2011년엔 12만본으로 떨어졌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 대기업은 재생타이어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설비가 부족해 물량 대부분을 중소기업에 위탁해 생산했다. 소비자들은 품질 차이가 없음에도 중소기업보다 브랜드가 익숙한 대기업 제품을 선호했다. “국내에선 재생타이어의 인식이 안 좋기 때문에 대기업이 처음 시장에 뛰어들 때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인식변화도 유도하고, 재생타이어 수요를 늘려줄 수 있겠다 싶었죠. 그런데 기대 밖이었어요.” 대기업은 자사의 폐타이어를 대리점을 통해 쓸어가면서 중소업체들의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주기 시작했다. 게다가 자사 새 제품 판매를 위한 미끼상품으로 재생타이어를 저가로 판매하면서 중소기업은 가격하락 위협까지 받아야 했다. 시설투자 없이 오이엠(OEM·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제작해 단가만 깎는 식이니 중소업체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당시 국내 재생타이어 사용률은 현재의 30%보다도 못하던 상황이었다. 34개 정도의 영세한 중소업체들이 견뎌내기에 현실은 가혹했다.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면 규모 있게 하는 7~8개 업체를 제외하곤 모두 쓰러졌을 겁니다.” 재생타이어가 적합업종 품목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은 재생타이어를 반드시 위탁생산하며, 생산량도 두 업체가 합쳐 연간 4만3000본으로 제한을 받게 됐다. 대호산업을 비롯한 중소업체들의 숨구멍이 열렸다. 대호산업은 품질을 앞세워 브랜드를 알리는데 노력했다. 내수 시장을 안정적으로 다져가는 한편 해외수출에도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현재는 미국, 캐나다 등 10여개 국가에 수출중으로, 지난해엔 3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업계 1위인 우리도 올해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실적이 2011년 수준 밖에 되지 않아요. 재생타이어 시장은 업계 추산으로 약 1500억 규모밖에 되지 않는 작은 시장입니다. 대기업은 이 업종에서 손을 떼는 게 맞아요. 재생타이어는 원단 품질이 좋아야 재사용 제품의 품질도 좋아집니다.” 오 전무는 올해 안에 만료되는 적합업종 지정 합의가 2011년 합의보다 나은 수준에서 이뤄지길 기대한다. 대기업의 완전한 사업철수 또는 4만3000본 이하의 생산량 제한이다. 그리고 수년째 제자리걸음하듯 더디게 커가는 재생타이어 산업을 위해 정부가 나서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자동차 선진국에선 재생타이어의 사용량이 늘고 있어요. 미국에선 타이어 소비량의 48%, 캐나다는 55%를 재생타이어가 차지해요. 하지만 한국은 법적 사용이 문제없음에도 안전하지 못하다며 지자체에서 버스에 쓰는 것을 행정지도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자원활용 차원에서 재생타이어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가 대기업보다 나은 건 20년간 키워온 기술력과 품질이에요. 불량타이어는 공장서 펑 터트려버리지, 내보내지 않아요. 적합업종 재지정이 시급하지만 국내에서도 인식변화가 일어났으면 합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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