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월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일본과 유럽의 양적완화 가속화에 이어, 예상보다 빠른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또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1일 2년4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대출과 예금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추가 금리 인하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동결(연 2%) 결정 이후 가계부채 문제 등이 부각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이슈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도 글로벌 ‘돈풀기 전쟁’에 가세한 만큼 한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과, 금리 인하로 인해 중국 경기가 반등하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명분이 오히려 약해질 것이라는 정반대의 시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중국발 변수가 더해지면서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싼 한은의 셈법이 한층 복잡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중국 금리 인하가 한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주장은 위안화 약세에 따른 우리 수출의 부정적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금리 인하로 위안화가 평가절하하면 중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국제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우리 수출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의 10대 수출 품목 가운데 중국과 겹치는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52.1%에서 올해 9월 말 61.5%로 급증한 것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가뜩이나 엔화 약세로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 품목의 가격 경쟁력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중국발 수출 리스크까지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이다. 윤여삼 케이디비(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로의 전환은 위안화 약세 요인이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주는 부담감은 클 것”이라며 “국내 통화정책 및 시장금리 방향을 아래로 이끌 공산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금리 인하가 우리 기준금리 추가 인하 압력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정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금리 인하는 중국 경기가 살아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수출의 증가로 이어져 국내 실물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지나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26.4%로 미국과 유럽연합을 합친 것보다 높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중국 금리 인하는 장기적으로 국내 수출 경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미 기준금리를 두 번이나 인하한 한은이 추가 인하를 고려할 만한 개연성은 낮다”고 말했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도 “중국의 경기부양 의지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줄일 것”이라며 “만약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한다면 한은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약화를 인정하는 꼴이어서 오히려 투자와 소비 수요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금리 인하가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한 환율전쟁 가세라는 측면보다는 경기부양 차원이 강하다는 점도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는 근거로 제시된다. 김민규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관리변동환율제를 시행하고 있어 (당국 의지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통화정책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필요가 없다”며 “금리 인하로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위안화 (약세보다는) 강세 압력이 더 우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들도 대체로 중국 금리 인하가 환율전쟁이 아니라 경기 경착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고, 이에 따라 국내 경제에는 긍정적일 것이라는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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