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주최한 ‘전국 축산인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축산 농민 3만여명이 FTA 관련 피해 보전 직불제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미 한-미,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중소 한우 농가들이 잇따라 폐업하는 등 무너지고 있는데, 이번에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까지 타결됐으니 한우 사육 기반이 와해될 수 있어요.”(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
“우리 한우 농가들이 생산비 절감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품질도 더욱 우수하게 만들어야 (외국산 쇠고기와의 경쟁에서)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정부도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미국·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 이어 15일 뉴질랜드까지, 한국이 쇠고기 수입 주요 3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모두 발효하거나 타결하면서 한우를 키우는 국내 축산농가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국내 쇠고기 시장은 2001년 처음 개방됐으며, 호주와 미국 등 주요 쇠고기 생산국들은 현재 기본 관세율 40%를 물고도 한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 시장을 야금야금 공략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쇠고기 주요 수입국인 세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에서 한국은 모두 협정 발효 15년 뒤 쇠고기에 대해 관세장벽을 완전 철폐하도록 해 2030년을 전후해 국내 축산농가들이 설 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호주나 뉴질랜드산 쇠고기의 경우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현재 40%인 관세율은 매년 2.6%씩 줄어들어 2030년께 가면 완전 철폐된다. 이들 국가가 수출하는 쇠고기의 가격경쟁력은 자연 더욱 높아지게 된다.
관세 물고도 점유율 야금야금
2030년께 관세장벽 완전철폐 땐
‘한우 사육기반 와해’ 우려 커져
중국 대형 기업농 공세 가능성도
정부, 축산농 지원책 확대 강조
전농 “농업 희생, 대기업 욕심 채워”
지난해 외국산 쇠고기는 26만7578t 수입됐는데, 국가별 비중을 보면 호주산이 55%로 가장 높고, 미국산이 34.4%, 뉴질랜드산이 9.5%로 3개국 수입 비중이 98.9%에 이르렀다. 뉴질랜드산 쇠고기는 1억1400만달러어치가 수입됐다. 앞서 지난 10일 실질적 타결을 본 한-중 자유무역협정에서는 한국이 중국에 대해서 쇠고기를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육우와 젖소는 협정 발효 즉시 관세 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돼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호주에서 들여온 ‘화우’를 사육하는 대규모 기업농장이 생겨나는 등 고급 육우 생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어, 중국 내 소비를 충족시키면 육우 수출로 방향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산의 생산비가 크게 낮은 만큼, 에프티에이를 통한 시장 개방으로 국내 쇠고기 시장은 외국산에 더욱 빠른 속도로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크다.
농식품부는 지난 9월 영연방 3개국(호주, 캐나다, 뉴질랜드)과의 자유무역협정이 2015년 발효될 경우에 대비해 정부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2029년까지 15년 동안 한우와 육우 생산이 1조109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국내 축산업이 자유무역협정 환경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내 축산물의 가격·품질경쟁력 제고, 환경친화적인 축산 환경 조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축사시설 현대화사업의 투융자 규모 확대, 우량송아지 생산기반 구축, 농가 사료직거래자금 지원 확대 등이 그 내용이다. 정부는 또 세 나라에 대해 모두 농산물 세이프가드(ASG·긴급수입제한조치)를 통해 과도한 수입을 막을 수 있도록 장치를 해놨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축산업계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쌀, 사과 등이 양허에서 제외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쇠고기나 키위 등은 시장을 내줬다”며 “다른 자유무역협정처럼 정부가 농업 희생을 바탕으로 대기업의 욕심을 채워준 전형적인 사례”라고 비판한다. 그는 이어 “수입 쇠고기는 현재 국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뉴질랜드나 호주는 한국 시장을 겨냥해 고급육을 개발중인 것으로 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