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월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이 총재는 “최근 금융·경제 상황과 지표 수준을 검토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오는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은이 지난 8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결과, 현재 기준금리는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수준이자 사상 최저치인 연 2%다. 한 차례만 더 내리면 기준금리 ‘1%대 시대’가 된다. 우리 경제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물론 이달에 당장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 경제 여건상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11월 금통위 이후 사상 초유의 ‘1%대 기준금리’에 대한 본격적인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가 인하 목소리
“부작용 따질 한가한 상황 아니다”
“물에 빠졌으면 건져놓고 봐야”
“금융위기 때보다 어려운 상황” 신중한 대응 주문
“미국 금리 올리면 자본유출 우려”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고려해야”
“경기·저물가 우려 과장된 측면 있다” ■ “인하 급하다” vs “더 지켜봐야” 지난달 31일 일본의 전격적인 추가 양적완화 선언에 따른 엔화 약세(엔저)로 인한 수출 타격 우려가 불거지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론이 한층 힘을 받고 있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원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1%대에 머물 정도의 저물가 기조와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는 투자·소비 심리도 인하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꼽힌다. 이근태 엘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낮고 경기는 상당히 안 좋은 상황에서 엔저까지 겹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따른 실보다는 득이 많은 단계에 왔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지금 부작용을 우려해 우물쭈물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한은이 정부에 부실 가계부채 정리를 요구한 뒤 과감하게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강명헌 단국대 교수는 “물에 빠졌으면 일단 건져놓고 봐야지, 건진 다음의 문제(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를 먼저 걱정하는 게 말이 되나. 지금은 위기상황으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하론에 부정적인 쪽은 미국이 지난달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내년 중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우리가 기준금리를 또 낮출 경우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자본유출)을 우려한다. 이 경우 우리나라 주가나 채권값이 떨어질 뿐 아니라, 외환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김대식 한중금융경제연구원장은 “비국제통화 국가인 한국은 외화유출 문제를 가장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고, 금융안정 측면도 더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도 “이미 금리를 두 차례 내렸으니까 파급 경로를 좀 확인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지, 계속 금리만 내린다고 실물 경기가 회복되는 게 아니다”라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오히려 인하론의 근거로 삼는 주장도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빨리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를 살려놓아야 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 때 우리도 같이 금리를 올리는 정책적 대응을 할 여지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인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을 고려하면 내년 2월까지가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위기 때보다 나쁜가
한은이 만약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린다면 세계 금융위기 때도 경험하지 못한 기준금리 ‘1%대 시대’가 된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쁜가’라는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다. 김대식 원장은 “금융위기 때는 성장률이 마이너스였지만, 지금은 3.5% 정도의 잠재성장률 수준은 해내고 있다. 그때보다 기준금리를 더 낮추는 것은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승 케이비(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경기와 저물가 우려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 3% 중후반 수준으로 성장하는데 이를 ‘위기’라고 조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보다는 체질전환 쪽으로 가고 있어 당분간 중국을 통한 성장 모멘텀을 찾기 힘든데다, 경기 침체와 엔화 약세까지 겹쳐 금융위기 때보다 구조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윤여삼 케이디비(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일시적인 쇼크였지만, 지금은 잠재성장률과 내수 경기의 활력 저하가 장기화하면서 저성장 시대가 본격화할 수 있는 국면이어서 1%대 기준금리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명헌 교수는 “이미 저성장·저물가 시대가 됐는데, 고성장·고물가 시대의 잣대로 금리 수준을 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부작용 따질 한가한 상황 아니다”
“물에 빠졌으면 건져놓고 봐야”
“금융위기 때보다 어려운 상황” 신중한 대응 주문
“미국 금리 올리면 자본유출 우려”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고려해야”
“경기·저물가 우려 과장된 측면 있다” ■ “인하 급하다” vs “더 지켜봐야” 지난달 31일 일본의 전격적인 추가 양적완화 선언에 따른 엔화 약세(엔저)로 인한 수출 타격 우려가 불거지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론이 한층 힘을 받고 있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원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1%대에 머물 정도의 저물가 기조와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는 투자·소비 심리도 인하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꼽힌다. 이근태 엘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낮고 경기는 상당히 안 좋은 상황에서 엔저까지 겹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따른 실보다는 득이 많은 단계에 왔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지금 부작용을 우려해 우물쭈물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한은이 정부에 부실 가계부채 정리를 요구한 뒤 과감하게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강명헌 단국대 교수는 “물에 빠졌으면 일단 건져놓고 봐야지, 건진 다음의 문제(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를 먼저 걱정하는 게 말이 되나. 지금은 위기상황으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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