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한국맥널티 대표.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경제와 사람] 이은정 한국맥널티 대표
“커피산업도 대기업 위주로 재편된 베이커리산업처럼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겠다 싶더군요.”
22일 서울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열린 ‘서울커피포럼’행사에서 이은정(51·사진) 한국맥널티 대표가 연단에 올라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11월 말로 예정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을 앞두고 커피산업 동반성장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적합업종 지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합의로 이뤄져요. 강제가 아니다보니 2011년에 합의해놓고도 대기업들의 불공정행위가 존재해왔죠. 소자본창업자, 중소업체들이 같이 모여 목소리를 내면서 우리가 힘들게 키워온 커피산업을 지켜가야 해요.”
이 대표가 이끄는 한국맥널티는 22년된 원두커피 제조업체다. 지금은 업계에서 인정하는 원두커피 1위업체가 됐지만 시작은 작은 원두커피 전문점이었다. 불과 20여년 전이지만 당시 원두커피는 백화점에서나 파는 고급식품이었다. 그런 커피가 서서히 생겨난 커피전문점들을 통해 인기를 얻으면서 그의 사업도 날개를 달았다. 홈카페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1995년에는 커피메이커 등을 판매하는 커피 유통사업도 시작했다. 하지만 위기는 빨리 왔다. 커피 소비가 늘 것으로 보고 원두물량을 대량으로 준비했다가 외환위기 국면을 맞았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원가 부담이 커졌다.
22년 전 원두커피전문점 창업
IMF로 휘청…제조로 활로 찾아
커피백·드립커피 등 개발 매출 활기 내달 말 중기 적합업종 재지정 앞두고
커피산업 동반성장 해법 모색
“영세업체도 연구해 경쟁력 키워야” 벌어둔 돈으로 겨우 버티다 결국 직접 커피 제조에 나서면서야 활로를 찾았다. 녹차처럼 편리한 티백에서 힌트를 얻은 커피백, 컵에 날개를 펼쳐 걸치는 형태의 드립커피, 편의점용 원컵커피 등 연구개발에 힘을 쏟았더니 매출은 저절로 늘어났다. “제가 커피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국내엔 원두커피에 대한 자료도, 시장도 갖춰져 있지 않아 미국서 배워야했어요. 미국의 100년 넘은 커피기업들을 보며 저도 이런 회사를 만들어야겠구나 했죠. 최근 국내도 스페셜커피, 싱글 오리진 커피(산지서 생산되는 단일 품종 커피)를 즐길 만큼 시장이 성장했고, 바리스타 ·큐그레이더(커피감별사)가 생소하지 않을 만큼 커피 시장이 커졌지만 대기업들의 공세로 업체들 상황은 더 어려워졌어요. 요즘은 100년은 커녕 당장 3년 앞도 보장 못하겠구나 싶어요.” 이 대표는 현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이면서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을 맡고 있다. 커피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도록 이끌어낸 데도 그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당시에 동서, 롯데 등 대기업들과 적합업종 품목 합의를 하면서 말했어요. 우리가 일궈놓은 산업인데 당신들은 뭐했냐고요. 그랬더니 할 말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대기업을 배척하는 건 아니에요. 상생을 전제로 함께 커야겠죠. 최근 어느 스타벅스 옆 작은 로스터리 카페가 손님이 더 많이 드는 걸 보고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영세 커피업체들도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자인, 서비스, 맛 등 연구개발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합업종 재지정을 받는 3년은 상생의 발전기틀을 마련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격언중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어요. 요즘 이 말이 제일 와닿아요. 서로 경쟁하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작은 업체들이 똘똘 뭉쳐 함께 키워온 산업을 지켜갔으면 해요.”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IMF로 휘청…제조로 활로 찾아
커피백·드립커피 등 개발 매출 활기 내달 말 중기 적합업종 재지정 앞두고
커피산업 동반성장 해법 모색
“영세업체도 연구해 경쟁력 키워야” 벌어둔 돈으로 겨우 버티다 결국 직접 커피 제조에 나서면서야 활로를 찾았다. 녹차처럼 편리한 티백에서 힌트를 얻은 커피백, 컵에 날개를 펼쳐 걸치는 형태의 드립커피, 편의점용 원컵커피 등 연구개발에 힘을 쏟았더니 매출은 저절로 늘어났다. “제가 커피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국내엔 원두커피에 대한 자료도, 시장도 갖춰져 있지 않아 미국서 배워야했어요. 미국의 100년 넘은 커피기업들을 보며 저도 이런 회사를 만들어야겠구나 했죠. 최근 국내도 스페셜커피, 싱글 오리진 커피(산지서 생산되는 단일 품종 커피)를 즐길 만큼 시장이 성장했고, 바리스타 ·큐그레이더(커피감별사)가 생소하지 않을 만큼 커피 시장이 커졌지만 대기업들의 공세로 업체들 상황은 더 어려워졌어요. 요즘은 100년은 커녕 당장 3년 앞도 보장 못하겠구나 싶어요.” 이 대표는 현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이면서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을 맡고 있다. 커피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도록 이끌어낸 데도 그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당시에 동서, 롯데 등 대기업들과 적합업종 품목 합의를 하면서 말했어요. 우리가 일궈놓은 산업인데 당신들은 뭐했냐고요. 그랬더니 할 말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대기업을 배척하는 건 아니에요. 상생을 전제로 함께 커야겠죠. 최근 어느 스타벅스 옆 작은 로스터리 카페가 손님이 더 많이 드는 걸 보고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영세 커피업체들도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자인, 서비스, 맛 등 연구개발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합업종 재지정을 받는 3년은 상생의 발전기틀을 마련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격언중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어요. 요즘 이 말이 제일 와닿아요. 서로 경쟁하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작은 업체들이 똘똘 뭉쳐 함께 키워온 산업을 지켜갔으면 해요.”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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