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희 경제부 정책금융팀장
최근 국정감사에서 개인의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100분위로 나눈 몫을 보여주는 자료가 공개됐다. 배당소득은 상위 1%가 72.14%, 10%가 93.48%를, 이자소득은 각각 44.75%, 90.65%를 가져갔다.
국내에서도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득불평등과 관련된 자료가 꽤 발표되고 있다. 이번 자료가 눈길을 끄는 것은 소득뿐 아니라 ‘부’의 불평등 실태를 살짝 엿볼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어차피 둘 다 ‘돈’ 문제이긴 마찬가지지만, 소득과 부(재산, 자산, 자본이라고도 표현한다)는 다른 개념이다. 부는 땅, 아파트, 건물, 주식, 예금, 채권 같은 것들이다. 가지고 있으면 일하지 않아도 꼬박꼬박 돈(임대료, 배당금, 이자 등)이 나온다. 그래서 이런 자본소득을 불로소득이라고 한다.
이 자료에 나타난 우리나라 부 소유의 특징은 쏠림이다. 물론 이 자료는 불완전하다. 우리나라 주식과 채권, 예금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 기관투자자 등으로 귀속된 소득은 빠져 있고, 비과세 대상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련 자료는 전혀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도 우리나라 금융자산이 일부 ‘큰손’들에게 편중돼 있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국민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4785만명이 이자를 받았지만, 상위 10% 아래는 연간 100만원이 안 되고, 상위 20% 아래는 10만원대로 내려간다. 상위 1%는 2328만원을 받았다. 배당 역시 상위 30% 아래는 10만원이 안 된다. 문자 그대로 ‘개미투자자’다. 상위 1%는 9260만원을 받았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연구를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본)와 여기서 나오는 자본소득의 불평등은 노동소득의 불평등보다 훨씬 심각하다.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상위 1%가 전체 부의 25~35% 정도를, 상위 10%가 60~70%를, 10~50%(중산층)가 25~30%를, 나머지 50%가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 절반 정도는 집이 없고, 몇백만원 정도의 예금이 전 재산이다. 10~50% 사이의 국민은 대출을 낀 집 한 채와 몇천만원 정도의 예금을 가지고 있다. 상위 10%는 부동산과 예금, 주식, 채권 등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는데, 상위 1%로 갈수록 금융자산, 특히 주식의 비중이 높아진다.
경제성장률이 점점 낮아지면서 임금보다 자본소득이 더 빨리 늘어나는 탓에 부의 집중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피케티 교수의 우려다. 더구나 부는 상속되기 때문에 다음 세대로 이전돼 계속 증가한다.
우리나라 부의 소유 실태는 아직 정확한 자료가 나온 적이 없다. 위에서 소개한 자료도 언급했듯이 아주 일부를 내비쳤을 뿐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고 사회의 흐름을 보면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이런 대목에서는 이렇게 비슷해도 되나 싶다. “1940년대 후반~1950년대 초반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부는 개인이 일생의 수고로움과 저축을 통해 축적한 것에 기초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70년대~1980년대 태어난 이들은,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느냐 아니냐가 몇살에 누가 재산을 소유할 것인지 아닌지, 그 재산이 얼마나 많을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21세기 자본> 중)
“부모가 전세금이라도 보태주지 않으면 평생 동안 집을 살 수가 없다”는 요즘 세대들의 한탄은 우리나라에서도 노동과 저축보다 자산과 상속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안선희 경제부 정책금융팀장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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