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 쏠림현상 왜?
배당소득(2012년 귀속분)을 소득 크기에 따라 순서대로 가로축에 배치하고, 세로축엔 분위별 대상 소득을 넣은 뒤 그래프를 그리면, 정확히 니은(ㄴ)자가 나온다. 같은 방식으로 근로·이자소득의 분포도를 그려도 비슷한 그림이 나오지만 배당소득 그래프에 견줄 바는 아니다. 그만큼 배당소득의 집중도가 크다.
7일 공개된 국세청의 2012년 기준 배당소득 100분위 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전체 배당소득을 올린 투자자 중 상위 1%가 전체 배당소득의 72.1%를 차지한 점만이 아니다. 상위 3~4%대부터 배당소득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고, 딱 중간(상위 50%) 지점에 속한 주식보유자부터는 1인당 평균 배당소득이 단돈 2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위 1%의 1인당 평균 배당소득(9260만원)은 중위(상위 50%) 배당소득(2만원)에 견줘 4630배에 이른다.
이런 높은 집중도는 배당소득의 특성과 국내 주식 보유 구조를 염두에 두면 당연한 결과다. 배당소득은 기업이 한 해 영업이나 투자로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배당결정 과정을 거친다. 즉, 일단 주식 보유자(펀드 투자 포함)여야 하고,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실적이 좋으며, 보유 주식 수가 많을수록 배당소득은 커지는 구조다.
이런 조건에 딱 들어맞는 대표 유형이 재벌그룹 총수 일가다. 일단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매출액 기준으로 30대 그룹이 국내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이른다. 또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재벌 총수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법인 일부 포함)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유가증권시장 상장 주식 기준)는 21억여주로, 전체 주식 수의 47%에 이른다. 총수 일가들이 배당을 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주식을 많이 들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재계 전문 분석 업체인 시이오(CEO)스코어가 지난해 기준 국내 상장사 임원 중 가장 많은 소득(근로+배당소득)을 올린 10명을 뽑아본 결과, 모두 삼성·현대차·에스케이(SK)·엘지(LG) 등 주요 그룹 총수 일가로 나타났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079억원), 정몽구 현대차 회장(495억원) 등 이들 10명의 1인당 평균 배당소득은 291억3000만원이다. 전체 배당소득자 1인당 평균 배당소득(128만원)의 2만3000배 수준이다. 여기에 비상장 계열사에서 나오는 배당금과 투자 목적 보유 주식에서 발생한 배당금까지 포함하면, 재벌가의 소득 비중은 더 불어난다.
재벌 총수 일가 배당소득의 원천이 되는 계열사 주식은 대체로 상속·증여 재산인데다,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에 따라 보유 주식 가치가 크게 올라간 사례가 많았던 점에 비춰보면, 이런 배당소득 편중은 정당성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배당소득의 편중 완화를 위해선 세금 제도뿐만 아니라 기업 내 의사결정에 민주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당소득 편중의 배경은 주식 보유 현황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거래소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 보유 주식 평가액 기준 상위 1%는 시가총액 60%의 주식을 갖고 있고, 하위 60%는 시가총액의 단 2%만 차지하고 있다. 한 해 평균 개인투자자가 500만명에 이르지만, 대부분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개미투자자들이고, 주식 자산 대부분은 재벌 총수 일가와 같은 소수의 투자자들이 갖고 있다는 뜻이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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