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분기 실적 부진
‘갤럭시 조로화’ 예상보다 빨라
S5 디자인·성능 혁신 부족 평가
S3보다 못미치는 판매량 예상
아이폰6+, 대화면 시장 위협
중국업체들, 중저가 시장 잠식
점유율 30% 밑으로 떨어져
고스펙-중저가 제품 출시 예상
시장점유율 회복 ‘반격’ 나설듯
저마진 구조 고착화 우려 딜레마
‘갤럭시 조로화’ 예상보다 빨라
S5 디자인·성능 혁신 부족 평가
S3보다 못미치는 판매량 예상
아이폰6+, 대화면 시장 위협
중국업체들, 중저가 시장 잠식
점유율 30% 밑으로 떨어져
고스펙-중저가 제품 출시 예상
시장점유율 회복 ‘반격’ 나설듯
저마진 구조 고착화 우려 딜레마
“스마트폰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판매량은 소폭 늘었으나 하이엔드(고가) 제품 판매 비중이 축소됐고, 구모델 가격이 내려가면서 평균판매단가(ASP)가 하락했다.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 집행도 마진 축소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7일 3분기 실적(잠정치)을 발표하면서‘부진’의 주요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내놨던 3분기 실적 개선 전망을 고스란히 뒤집은 것이다. 거칠게 요약하면, 갈수록 삼성 제품을 팔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승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적극적인 스마트폰 재고 감축을 했음에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그동안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지배해왔던 삼성전자 ‘갤럭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의미”라며 삼성전자의 대표선수 갤럭시의 ‘조로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조로’한 대표선수
삼성전자는 그동안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인기를 등에 업고 ‘다판매-고마진’ 정책을 펼쳐왔다. 일정 수준의 이익률이 보장되지 않는 스마트폰 사업 부문에는 진입하지 않으면서 브랜드 ‘후광효과’를 통해 500달러 이상 고가 시장에서는 물론 300달러 이하 저가 시장에서도 동급의 타사 제품보다 80달러(‘갤럭시 코어2’와 ‘레노버 S8의 가격 차이) 정도 높은 가격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4월 글로벌 출시된 ‘갤럭시S5’ 등 전략 신제품이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큰 혁신을 보여주지 못 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이런 후광효과가 퇴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S5의 올해 판매량을 3250만대로 예측했다. 전작인 ‘갤럭시S4’의 지난해 판매량(4600만대) 뿐만 아니라 2012년 ‘갤럭시S3’의 판매량(3850만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 위, 아래 사이 낀 ‘넛크래커’
삼성전자는 현재 위 아래에서 무섭게 치고 오는 경쟁자들 사이에 낀 ‘넛크래커’의 모양새다.
고가 시장에선, 애플이 본연의 ‘한 손 철학’(스마트폰은 한 손에 들 수 있어야 한다)을 포기한 ‘아이폰6+’를 출시해 삼성전자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5인치 이상 대화면 시장을 위협한다. 엘지(LG)전자나 소니 등도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한 수 아래로 봤던 중국업체들은 가격은 물론 기술 경쟁력까지 따라잡으며,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는 중저가 시장의 파이를 빼앗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켜온 중저가폰 시장이 허물어지는 속도에 가속이 붙는 형국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창업 4년차인 신생업체 샤오미에게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의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위기가 중국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전세계 100달러 미만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레노버에게 1위 자리를 빼앗겼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2분기 전체 시장점유율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30%를 밑돈 25.2%까지 떨어졌다.
■ 시장점유율과 마진의 딜레마
‘위’(고가 시장)도 걱정이지만, ‘아래’(중저가)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 삼성전자에겐 더 급해 보인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매출 가운데 중저가폰 비중이 70%에 달하는데다, 성장 정체에 직면한 고가 시장과는 달리 300달러 미만 스마트폰 시장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등은 300달러 미만의 중저가 스마트폰이 전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51%에서 올해는 66%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경쟁업체들이 중국 뿐 아니라 해외 수출까지 확대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스펙은 높이고 가격은 낮춘 중저가 제품을 선보이며,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반격’을 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조만간 300달러대 스마트폰인 ‘갤럭시 A’ 시리즈를 공개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갤럭시A 시리즈는 최근 출시된 ‘갤럭시 알파’처럼 메탈 프레임을 적용하고, 4.8인치와 5인치 등 다양한 크기와 사양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또 대화면 스마트폰인 ‘갤럭시메가2’는 물론, 100~200달러대 제품까지 다양한 중저가 제품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문제는 ‘마진’이다. 고 스펙-중저가 전략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겠지만, 저마진 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점유율 하락과 마진 압박을 동시에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입장에선 두 마리 토끼 중 한마리라도 잡는 게 최선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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