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기장군 대변항에서 미역·다시마 양식을 하고 있는 최일천(50) 씨
기장군서 미역 양식업 최일천씨
도시생활 25년만에 고향 돌아와
“건강 좋아지고 수입도 늘었어요”
도시생활 25년만에 고향 돌아와
“건강 좋아지고 수입도 늘었어요”
“공무원 생활 때보다 소득이 괜찮은데요… 직장 그만두면 못 살 줄 알았거든요.”
부산시 기장군 대변항에서 미역·다시마 양식을 하고 있는 최일천(50·사진)씨는 최근 해양수산부로부터 ‘귀어·귀촌 우수사례’로 뽑혔다. 지난 2일 기장군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열린 국내 첫 ‘귀어·귀촌 종합센터’ 개소식에서 귀어 5년차로서 자신의 성공담을 털어놨다.
“연매출 8천만원, 비용 빼면 순수익은 5천만원 정도 됩니다. 공무원 시절 연봉은 3천만원이었는데…. 중요한 것은 여기 어촌에는 정년이 없다는 겁니다. 열심히 하면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어 아주 편합니다.” 건강도 되찾았단다. “직장 다닐 때는 고혈압에 비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사무실에 앉아서 근무하다 보니 허리 협착증이 생겨 수술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 몸무게도 78㎏에서 71㎏으로, 허리둘레는 38인치에서 32인치로 줄었습니다.”
대변항에서 태어난 최씨는 기장중과 울산공업고 전기과, 울산대 물리학과를 나온 뒤 울산시청 지방공무원(전기직)으로 15년이나 재직했다. 이후 일반 기업체에서 다시 10년을 근무하는 등 도시생활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러나 ‘일반 기업체에서는 노후 보장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귀어를 결심했다. 대변항에서 미역·다시마 양식을 하던 아버지가 2009년 세상을 뜬 것도 한 이유가 됐다. 그래서 40대 중반의 나이인 그해 고향으로 돌아와 ‘인생 이모작’을 시작했다. 어촌에 기반이 없는 도시민들이 귀어를 하기란 쉽지 않지만, 남동생이 고향에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은 터라 최씨한테는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당시엔 정부로부터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습니다. 귀어 비용으로 1억원 정도 들었어요.” 마을공동어장 1㏊를 추가로 임대하고, 새로 건조된 배 한 척(2.42t)을 사는 데 7천만원이 들었다. 미역·다시마 건조장 시설에도 3천만원이 소요됐다. 물론 아버지가 하던 양식장 1㏊와 양식장 관리선 1t, 어촌계원 자격증을 승계받아 한결 귀어가 수월했다. 귀어 정착을 위해 2년 동안 동생 밑에서 일을 배우며 연봉 3천만원을 받았다. 동네 사람들과의 어울림도 중요했다.
“어촌에 연고가 없는 사람이 귀어를 하려면 5년은 더 걸립니다. 수협 출자금 200만원을 내야 하고, 5년 동안 수산 관련 일을 해야 어촌계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데,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안 받아주는 어촌계도 있죠.” 진입 장벽이 있지만 노력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요즘 어촌 인력이 부족해 일할 곳은 많아요. 일하면서 월수입 200만원 정도를 벌면서 5년 동안은 일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정착할 수 있습니다.”
최씨는 7~8월 비수기를 빼고는 하루 6시간 정도 일을 한다. 아침 6시에 기상해 7시 배 타고 양식장이 있는 바다에 나간다. 그리고 11시에 돌아온다. 오후 일과도 비슷한데 4시 정도면 집으로 돌아간다. “요즘은 기계로 일하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뱃멀미만 안 하면 됩니다. 양식장은 배 타고 5분만 나가면 되고요. 처음 일 배울 때 근력이 없어 힘들지만 근력이 생기고 요령을 알면 괜찮습니다. 근해에서 일해서 위험성도 없고요.”
최씨는 아들만 둘(1990, 95년생)인데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언제라도 원하면 자신의 일을 물려줄 계획이다. “500가구 정도인 대변항만 해도 아버지 대를 이으려고 도시생활 접는 사람들이 제법 있어요.”
앞으로 계획은 뭘까? “양식장을 확대하기보다는 양식업을 6차 산업으로 바꿔 생산·가공·유통까지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고부가가치가 생길 겁니다.” 최씨는 현재 1년에 생미역 45t, 건조 다시마 7t을 생산하는데 매출은 8천만원 조금 넘는다고 했다. 50%는 도매상에게 넘기고, 50%는 직접 구매하러 오는 사람들한테 판다. “수협에서 수매를 해주면 좋은데, 안 해줍니다. 전라도에서는 다 해주는 것으로 아는데. 멸치는 경매를 보는데, 해조류는 안 해줍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진한 아쉬움이 배어나왔다.
기장/글·사진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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