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이사회, 정몽구·정의선 불참
시민단체 “권한 위임용 형식적 개최”
불참 인사에 법적 책임 못 물어
투자여력·효과 등 낙찰 후에야 논의
시민단체 “권한 위임용 형식적 개최”
불참 인사에 법적 책임 못 물어
투자여력·효과 등 낙찰 후에야 논의
한국전력(한전)의 삼성동 부지 입찰과 관련해 열린 현대차그룹 3사의 이사회에 그룹 총수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물론 정의선 부회장도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수 일가가 의사결정에는 주도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면서 향후 발생할지도 모를 책임 추궁은 벗어나려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이사회가 개최한 두 차례의 의사록을 열람한 뒤 “각사 이사회가 총수 일가에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권한만을 위임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개최된 것으로 보인다”며 “건전한 지배구조 관점에서 볼 때 크게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6일 논평했다.
현재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이며, 정의선 부회장은 3개사의 이사로 모두 등재돼 있다. 하지만 3사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한전 부지 매입 결정을 위한 9월17일 이사회와 낙찰 뒤 최종 계약 체결을 위한 9월26일 이사회에 모두 불참한 것으로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한전부지 인수가 정몽구 회장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와 지시로 이뤄졌다면서도 정작 회사의 중요한 업무 집행을 결정하는 이사회 자리에 두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은 이유가 어떻든 간에 주주로부터 경영권을 이임받은 이사로서 책임있는 모습이 아닐 뿐더러,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총수 일가의 권한과 책임이 괴리되는 문제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현행법과 법원 판례 상, 회사 경영진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려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사에 대해 책임 추궁을 하는 게 매우 어려운 실정임을 지적한 것이다.
3사 이사회가 한전 부지 매입 결정을 위한 충분한 논의의 장이 됐다기보다는, 총수 일가의 결정을 뒷받침하는 형식적인 자리에 그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전 부지 입찰 참여를 결정한 9월17일 이사회에선 입찰 참여의 목적(통합 콘트롤타워 건설을 통한 업무 효율성 증대와 브랜드 가치 제고)과 컨소시엄 참여 비율(현대차 55%, 기아차 20%, 모비스 25%) 등의 정보만이 제공됐고, 정작 중요한 사항인 회사의 투자 여력과 토지 매입 후 투자 효과 등은 낙찰 이후인 9월26일 이사회에서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사회 시간도 30~42분(17일), 60~75분 만(26일)에 그쳤다.
하지만 당시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총수 일가와 이사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이사회 불참 이사에 대해 책임 추궁이 어렵고, 이번 입찰 건을 총수 일가가 부당한 사익을 추구한 ‘충실 의무’ 위반 사안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따라 정몽구 회장에 대한 배임 고발이나 주주대표 손해배상 소송 등의 법적 행동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대신 총수 자본주의의 문제를 드러낸 현대차그룹에 대한 감시 활동을 더 강화하는 한편, 컨소시엄 참여 3사의 이사회에 면담 및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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