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다국적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중국 법원으로부터 뇌물 공여죄 등으로 30억위안(약 51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중국 정부가 기업에 부과한 벌금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다. 의사와 병원 관계자에게 뇌물을 건넨 지사장을 포함해 경영진 5명은 2~3년형의 징역형을 받았다. 제약업계의 리베이트는 세계적으로 고질적인 기업 범죄로 지적되는데도 이 사건이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중국 정부가 이를 계기로 해외기업과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반부패 감찰에 나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예의와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에게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일상적 관례다. 하지만 사회주의와 시장경제가 공존하는 중국의 독특한 정치·경제 체제는 선물과 뇌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뇌물 문화는 중국 경제 발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시진핑 주석은 취임하자마자 반부패 정책을 개정하며 강력한 반부패 운동을 펼쳐왔다. 지방정부 관료에서 시작해 중앙정부의 고위 관료와 퇴직 관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반부패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된 관료들과 경영진의 수가 21만명을 넘어선다고 하니, 반부패 운동은 현 중국 정·재계를 뒤흔드는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한 일부 외신은 중국의 반부패 정책이 오히려 중국 경제개혁을 방해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반부패 척결 의지는 단호해 보인다. 중국 당국은 반부패 운동이 불필요한 정부 지출과 과도한 기업 판촉비를 감소시키는 등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 발전의 촉진제가 될 것이라 강조한다. 최근에는 국가자산관리위원회(국자위)가 국유기업 집중감찰에 들어가는 등 반부패 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부패 정책은 올바른 정치·경제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올해 홍콩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에서 밝힌 국가별 부패지수를 보면, 중국의 부패지수는 최근 2년간 꾸준히 향상돼 어느 정도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 부패지수는 지난해보다 하락해 중국에 불과 0.5점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경제사범 사면론이 제기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반부패 정책과 실천은 어디에 와 있는지 고민해볼 때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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