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로 분쟁조정
‘15~50% 배상’ 85%가 수락
“사기” 집단소송 허가신청중
당국 기관제제도 뒤따라야
‘15~50% 배상’ 85%가 수락
“사기” 집단소송 허가신청중
당국 기관제제도 뒤따라야
‘동양 사태’ 피해자 이순자(49)씨는 29일에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 세워둔 승용차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이씨가 동양증권으로부터 ‘법정관리’라는 단어가 담긴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받은 건 꼭 1년전인 2013년 9월29일이었다. 동양증권 직원의 권유로 1000만원을 들여 투자한 ㈜동양 회사채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공장을 다니며 3년 넘게 모은 투자금을 되찾기 위해 이씨는 경남 마산에서 서울에 올라와 지내고 있다. 동양증권 불완전판매 분쟁조정으로 28%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최근 금감원에서 받았지만 수락하지 않았다. 이씨는 “나는 사기발행, 사기판매에 당했다. 일단 받고 소송을 진행하면 된다고 들었지만, ‘불완전판매’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붙여서 주는 돈을 받기 싫었다”고 말했다.
동양사태가 30일 1년을 맞는다. 지난해 9월30일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곳이, 다음날인 1일 동양네트웍스와 동양시멘트가 추가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동양 계열사 채권과 기업어음을 샀던 4만1000여명이 1조7000억에 이르는 피해를 봤다. 대만계 금융전문그룹 유안타(元大)에 인수된 동양증권은 1일 ‘유안타증권’으로 이름을 바꾼다.
동양증권의 회사채·기업어음 불완전판매에 대한 분쟁조정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는 단계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말 분쟁조정을 통해 67.2%(2만4028)건이 불완전판매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불완전판매로 인정된 건들의 배상비율은 최저 15%에서 최고 50% 수준 이었다. 이후 피해자와 동양증권이 금융당국의 분쟁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수락한 비율은 85%(1만2천918건)정도 였다. 금감원 분쟁조정은 양쪽 당사자가 모두 금감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한 때에만 효력이 생긴다.
금감원 분쟁조정은 피해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사기판매 부분이 아닌 불완전판매에 한해서만 진행됐다. 때문에 분쟁조정을 받아들이면 법원소송을 진행할 수 없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동양 사태에 대해서는 사기판매 여부를 법정에서 가릴 수 있는 여지가 남았다. 피해자들은 동양사태가 단순히 창구에서 벌어진 불완전판매일 뿐 아니라, 동양증권이 회사채·기업어음 발행에서부터 판매까지 계열사의 위험을 알면서도 조직적으로 벌인 사기행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피해자 중 3500여명은 법원에 사기발행, 사기판매를 밝히기 위한 집단소송을 신청해 놓고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동양증권에 대한 기관제재 문제 역시 남아있다. 동양 회사채 기업어음 사기발행·판매 집단소송을 이끌고 있는 이대순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는 “어마어마한 사건을 낸 동양증권에 대해 형사재판 이외에, 금융당국 차원에서 이렇다할 제재가 없었다. 증권업 인가취소까지 갈만한 사안인만큼 당국도 확실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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