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터 매각 뒷이야기]
‘승자의 저주’ 우려 목소리 불구
서울 마지막 큰 자리 차지 노력
예정 가격 3배 확보한 한전 ‘활짝’
‘승자의 저주’ 우려 목소리 불구
서울 마지막 큰 자리 차지 노력
예정 가격 3배 확보한 한전 ‘활짝’
“뭐, 얼마라고요?”
18일 현대차그룹의 한전 터 낙찰가격이 알려지자 삼성전자 한 고위 임원이 한 말이다. 현대차의 과감한 ‘베팅’에 꽤나 놀란 눈치였다. 현대차와 입찰 경쟁을 벌였던 삼성전자는 이날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떨어졌는데 말해 무엇하겠느냐”며 대부분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한전 터 입찰에서 현대차만큼 강한 인수 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재계 1, 2위 기업끼리 경쟁구도를 만들면 공연히 낙찰가만 높일 수 있다는 우려로 쉬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삼성전자가 무리한 인수 경쟁에는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전 터 매각 업무와 관련을 맺고 있는 한 부동산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4조원대를 써냈다”고 말했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게 뻔한데도 현대차가 높은 입찰가를 써낸 데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뜻이 강하게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터 매입의 주목적이기도 한 현대차의 통합 신사옥 건립은 정몽구 회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로 꼽혀왔다. 현대차는 뚝섬에 추진하던 신사옥 건립이 층수 규제로 무산되는 등 터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서울에 마지막 남은 큰자리인 한전 터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기울여왔다. 현대차의 한 고위 임원은 “처음부터 입찰에 임하는 최고경영진의 자세가 달랐다. 부동산 투자 등의 차원이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백년대계를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한 임원은 “가격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3~4곳 이상의 컨설팅을 거쳐 합리적으로 산출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입이 벌어진 곳은 한전이다. 한전은 예정가격(3조3346억원)의 3배에 이르는 매각대금을 확보하게 돼 부채감축 작업도 순항하게 될 전망이다. 부채 중점관리 대상 공공기관인 한전은 2017년까지 14조7000억원의 부채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이정애 박승헌 기자 hongbyul@hani.co.kr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18일 낮 서울 양재동 본사로 들어가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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