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
종목수 60개로·만기는 3년으로 늘려
투기목적 개인투자자 참여도 제한
시장활성화·투기 차단 두토끼 잡기
증권업계 “활력 역부족” 불만에
금융위 “증권사 볼멘소리” 일축
종목수 60개로·만기는 3년으로 늘려
투기목적 개인투자자 참여도 제한
시장활성화·투기 차단 두토끼 잡기
증권업계 “활력 역부족” 불만에
금융위 “증권사 볼멘소리” 일축
한국거래소가 ‘투기적 거래 차단’과 ‘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를 내걸고 다양한 파생시장 발전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부진한 파생시장을 되살리기에는 부족한 방안이라며 불만스러운 모습이다.
한국거래소는 15일 파생상품인 주식 선물 시장의 기초자산이 되는 주식 종목을 25개에서 60개로 늘렸다. 애초 최대 1년 만기로만 발행할 수 있었던 주식 선물을 최대 3년 만기까지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다양한 거래 안정화 제도를 도입하고, 거래기간 6개월~3년 사이 코스피200옵션 장기물도 상장했다. 전문 투자자로서는 안정적인 시장에서 그만큼 다양한 상품 개발과 위험 회피(헤지)가 가능해진 셈이다.
이런 거래소의 조처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발표한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에 따른 것이다. 발전방안에는 개인투자자의 투기적 거래를 막고 전문가 위주의 장내 파생시장을 만들겠는 의도가 담겼다. 예를 들어 파생시장 발전조처 가운데 하나인 ‘적격개인투자자제도’는 3000만원 이상을 예탁하고 사전교육을 받은 투자자에게만 1단계로 단순 선물거래를 허용한다. 복잡한 선물과 옵션거래를 하려면 다시 1년 동안 단순 선물거래 경험을 쌓아야 한다. 상품을 다양하게 제시하되, 투기 목적의 개인투자자 참여는 제한하겠다는 의미다.
파생시장 거래 목적은 크게 헤지거래, 차익거래, 투기거래로 나뉘는데, 개인투자자는 투기거래 목적이 대부분이다. 헤지거래는 현물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파생시장에서 반대로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을 사거나, 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식이다. 차익거래는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얻는 방법으로 주식 등 기초자산의 지나친 가격 급등과 급락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투기거래는 선물의 경우 12% 정도의 증거금만 있으면 사고팔 수 있어 적은 돈으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투자에 실패하면 증거금뿐만 아니라 투자했던 금액보다 더 큰 금전적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지난 2011년 옵션의 기본가격인 옵션거래 승수가 5배 증가하자 옵션 거래량이 20분의 1로 급감했다. 그만큼 소액투자를 하는 개인들의 투기성 거래가 만연해 있었다는 의미다.
이번에 나온 거래소의 대책에 대해 증권업계는 “파생상품 시장을 되살리기 어려운 대책”이라고 반발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 시장 거래량이 줄어든 원인은 옵션거래 승수를 높이는 등 고수익을 노린 개인투자자의 진입을 막아버린 데 있는데, 오히려 그 경향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거래소 대책에는 옵션거래 승수 조정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더이상 파생시장이 투기성 개인투자자의 위탁매매 수수료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로섬 구조인 파생상품 시장에서 큰 손실을 입는 건 언제나 정보가 빈약한 개인투자자일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기보단 본래 목적에 맞게 전문가 위주의 시장으로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