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배추는 개량종에 비해 길이가 서너배쯤 긴 것이 특징이다. 사진은 전남 담양에서 토종배추 종자의 맥을 잇고 있는 향토사학자 이동호씨가 지난해 가을 텃밭에서 수확한 토종배추로 손수 김장을 하고 있는 모습. 이동호씨 제공
최대 1m까지 자라고 수분이 적어 저장성이 강한 토종배추(▷ 대대로 지켜온 1m넘는 토종배추 맛 보실래요?)가 2~3년 안에 일반에 대량 보급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전남 담양군에 거주하면서 토종배추 종자를 보존하고 있는 향토사학자 이동호(52)씨는 14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남농업기술원 쪽과 토종배추 종자 보급에 관해 최근 협의한 끝에 그쪽에서 1년 동안 시험재배하기로 결정했다. 이르면 2년 뒤 토종배추를 보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미 토종배추와 무 종자를 전남농업기술원에 넘겼다”고 덧붙였다.
전남농업기술원의 윤봉기 원예연구소 소장은 “우리 기술원에서 2011년부터 토종자원을 수집해 연구중이며 지금까지 48개 작목의 267개 품종을 수집했다”며 “이동호씨의 토종배추와 무 종자를 파종해 1년 동안 시험재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과연 토종 가치가 있는 것인지, 지금 재배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며, 새로운 품종화가 가능하면 국립종자원에 품종 등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또 파종해보고 금년에 나온 특성이 지속되는지를 조사해봐야 한다. 품종으로 등록해 일반에 보급하려면 2년 내지 최대 3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씨는 지난 5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토종배추 종자 지킴이’이라며 담양군 수북면 자택의 50평 남짓한 텃밭에서 한해 200포기 정도 토종배추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신이 보존하고 있는 토종배추에 대해 “현재 일반인들이 먹고 있는 일반 개량종 배추에 비해 키가 2.5~3배는 크다. 수분 함량도 적어 저장성이 매우 강하다. 김치를 담가서 3년까지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병충해와 기후변화에도 강해 농약이나 비료 없이 자연재배가 가능하다. 섬유질이 많아 뻣뻣하지만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고, 씹을수록 맛이 난다”고도 했다. 이씨는 “지금 우리가 담가 먹는 배추김치는 다 개량종이다. 1950년대 우장춘 박사에 의해 들여온 것이 현재에 이른 것이다”고 말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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