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지농부 기획자 천재박씨가 지난 3일 경기도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농부로부터’ 매장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경제와 사람] 농업컨설팅 ‘쌈지농부’ 기획자 천재박씨
독특한 작명·특별한 포장
농업에 예술 입혀 고품격화
컨설팅 비용 2000만~3000만원
돈 대신 농산물로 받아 윈윈
직원 15명에 연매출 15억~20억 “저희는, 자신의 브랜드가 없는 농부와 그들의 농산품에 네이밍(이름짓기)과 디자인을 해주는 회사입니다. 디자인을 해주고 농부로부터 비용을 받지 않는 대신, 그들이 유기농 등 친환경으로 지은 농산품을 그 비용만큼 받아서 매장에서 판매합니다.” 말하자면 농부를 대상으로 한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셈이다. 서로에게 ‘윈윈게임’이 된다. 이런 사업은 아직 낮은 인지도로 활발히 전개되지는 못하고 있다. 대신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농부들을 상대로는 디자인 컨설팅 사업이 이뤄진 사례가 꽤 있다. 예를 들면, 쌈지농부는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죽당리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유석봉씨에게 디자인 컨설팅을 통해 ‘유씨 블루베리’(UC Blueberry)라는 브랜드와 이미지를 만들어줬다. 블루베리 포장지도 멋들어지다. 전북 고창에서 황토 노지장어를 친환경식으로 직접 기르고, 밥과 반찬 또한 직접 기른 농산물 90%를 사용하는 최경순·김순덕 부부 농부에 대해선 ‘농가맛집 용기장어, 자연 품은 힘찬 장어’라고 네이밍을 해줬다. 숙명여대 한식연구원과 합작해서는 ‘별채반’이라는 경주를 대표하는 음식 브랜드도 만들어줬다. 경기도 화성에서 10년 이상 유기농을 해온 황유섭 농부의 비닐하우스도 한 예다. 크리에이티브 작가 그룹 안데스·윤사비씨의 도움을 받아 ‘행복텃밭’이라는 이름의 예술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농사가 예술의 색채로 단장돼 한 차원 더 품격 높은 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디자인 컨설팅 비용은 보통 2000만~3000만원 선. 농부들은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로부터 디자인 컨설팅 명목으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작물은 똑같이 생긴 것 같지만, 약간씩 다릅니다. 농산물은 식량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인데, 농사는 예술만큼 훌륭하고, 농부는 아티스트입니다. 농사도 예술 작업처럼 시간과 정열이 들어가는 일이죠.” 천씨는 이것이 쌈지농부 창업자이자 큰아버지인 천호균 고문의 철학이라고 한다. 2009년 8월 설립된 쌈지농부의 매출은 연간 15억~20억원 정도로 크지 않다.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한 소기업으로 직원은 15명에 불과하다. 현재 대표는 사촌형인 천재용씨이며, 기획 등 실질적인 일은 대학 때 신문방송학(홍보·광고 분야)을 전공한 천재박씨가 맡고 있다. 물론 전문적인 디자인팀은 따로 있다. 천씨는 디자이너와 생산자(농부)의 중간에서 연결고리 노릇을 한다. 쌈지농부는 서울 홍익대 앞 등 두 곳에서 ‘농부로부터’라는 농식품 매장을 운영 중이다. 서울 강남의 유명 백화점에 입점하는 일도 눈앞에 두고 있다. 백화점 쪽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3호점이 생기면 농부들의 정성을 담은 작물과 된장 등 전통 발효식품들을 더 많이 팔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미약하나마 우리 회사 단독으로 디자인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이에 관심 있는 디자이너나 작가, 소설가 등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기른 농산품을 알릴 기회가 없는 소농이나 가족농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파주/글·사진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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