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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흔들리는 친환경농산물 인증제

등록 2014-08-31 20:34수정 2014-08-31 21:15

인증농가 5년만에 반토박
농약·화학비료 써 취소·포기
올해 고삐죄자 2만가구 줄어

민간기관 부실인증도 큰몫
전체 73곳중 26곳 행정처분
농식품부 퇴직자들 대거취업
유착가능성 높고 신뢰도 하락
“유기농이요? 제대로 하는 농가도 많겠지만, 지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가령 1000평 농사를 지으면, 200평 정도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안 쓰고 그대로 놔둡니다. 그러면 유기농이 되는 것이죠. 그걸로 유기농 인증받고 나머지 실질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농약 쓰고 하는 경우가 많죠.” (전북 정읍의 한 농부)

“친환경농산물 민간인증기관 48%(35개소)에 농림축산식품부 퇴직공무원들이 취업하고 있다. 유착 가능성이 있고, 인증기관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경대수 새누리당 의원)

정부의 친환경농산물 인증제가 제도 도입 14년이 돼가는데도 이를 위임받은 민간인증기관의 부실인증, 인증농가 감소 등의 문제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증 업무가 점진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으로부터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관으로 위임되고, 이 기관들에 퇴직공무원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가면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신뢰도가 더 하락하고 있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친환경농산물 인증농가는 지난 2009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 추세에 있다. 제도 시행 첫해 4678 농가로 시작해 2008년 17만2553, 2009년엔 19만8891 농가로 치솟았다가 2010년부터 감소해 지난 6월말 현재 10만5680 농가에 그친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지난해말(12만6746개)에 견줘 2만1000곳이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 인증취소 농가가 늘어나고, 인증기준 미충족으로 인증을 자진포기하는 농가가 많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한 저농약농산물(농약 및 화학비료를 기준의 2분의 1 이하로 사용) 인증농가가 인증갱신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난 탓도 있다. 저농약농산물에 대해서는 2010년부터 신규 인증이 중단됐고, 2016년부터는 아예 없어진다. 정부는 친환경농산물 인증제가 너무 세분화돼 복잡하다는 이유로 이의 폐지를 결정했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도 쌓이고 있다. 농관원이 올 상반기 친환경농산물 인증농가에 대해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전체의 3%에 해당하는 3753 농가가 친환경 농자재에 농약을 섞어 살포하거나, 모내기 전 본답에 제초제 및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등 인증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인증 취소처분을 받았다.

모두 73개에 이르는 민간인증기관의 부실 인증도 불신을 부추긴다. 올해의 경우 상습적으로 부적합 농가를 인증한 1개 기관, 그리고 인증기준 및 심사절차를 위반한 3개 기관이 지정취소 및 3~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정부의 ‘친환경농산물 부실인증 방지대책’ 발표 이후 행정처분을 받은 기관은 지정취소 4개, 업무정지 22개 등 모두 26개 기관에 이른다. 민간인증기관은 인증 1건당 평균 5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게다가 지난 25일에는 민간인증기관 35개소에 농식품부 퇴직공무원 66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민간인증기관을 관리감독하는 농관원 출신이 61명이나 됐다. 이에 대해 농관원은 “친환경농산물 인증기관은 퇴직공무원의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농관원 출신이 있는 인증기관은 더욱 강력하게 점검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처음 폭로한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이는 (관피아의 일종인) ‘농피아’(농식품부+마피아)라고 할 수 있으며, 친환경 인증 전관예우”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인증제 개선을 위해 지난 3월24일 관련법을 개정해 오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주요 내용은 비영리기관·단체 위주로 인증기관을 지정하고, 고의·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승인한 경우 단 1회 위반으로도 인증기관 지정취소와 함께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 등이다. 정부는 지난 2001년 ‘농업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을 추구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를 도입했다. 유기·무농약·저농약 농산물 등 3가지 종류가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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