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저자 신장섭 교수 “김우중 20여차례 인터뷰”
26일 기자간담회…정치적 논란 불거질 수도
26일 기자간담회…정치적 논란 불거질 수도
대우그룹 해체에 얽힌 정치적 논란이 15년 만에 다시 불붙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우그룹 해체에 관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비공개 증언을 담은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가 다음주 중 출간될 예정인 게 실마리다.
홍보 대행사인 ‘와이제이앤네트웍스’(YJ&Networks·대표 장영수)는 <김우중과의 대화>의 지은이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경제학)가 참석한 가운데 오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를 연다고 19일 밝혔다.
이 책은 신장섭 교수가 4년간 서울과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김우중 전 회장을 20여 차례 만나 가진 인터뷰를 토대로 집필했다고 와이제이앤네트웍스 쪽은 전했다. 책의 부제는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로 정했다. 대우그룹의 ‘세계경영’이 태동하던 1989년 출간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김 전 회장의 자전적 에세이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에서 따온 것이다.
저자인 신 교수는 홍보 대행사를 통해 “이번 출판을 계기로 한국 지성사회에서 대우 흥망사를 소재로 한국 현대경제사의 건전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우그룹 해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벌어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1967년 김 전 회장이 설립한 대우실업에서 출발한 대우그룹은 30여년 만인 1998년 41개 계열사, 396개 해외법인에 자산총액이 76조7천억원에 달하는 재계 2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맞아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다 1999년 8월 채권단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결정 뒤 해체됐다.
대우의 패망은 세계경영을 내걸고 벌인 지나친 확장 투자로 주력 계열사였던 대우자동차 등의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몰락으로 이어졌다는 게 정설로 굳어져 있던 터였다.
신 교수는 이번에 출간하는 대화록을 통해 이런 정설과는 상당히 다른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대화록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우그룹 해체에 얽힌 새로운 사실과 주장이 공개될 것이라고 홍보 대행사 쪽은 전하고 있다.
신 교수는 “지난 15년 동안 IMF(국제통화기금) 체제에 대해 나름대로 일관되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 전문가라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나조차도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고, 제대로 알지 못한 일들이 많았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대우자동차에 대해서는 한국의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비판한 책(<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2003년, 장하준 공저)에서 대우차를 직접 사례로 들어 기업구조조정이 크게 잘못됐다고 주장했지만, 대우차 처리가 이렇게까지 잘못됐는지는 상상을 못했다”고 덧붙인다. 대우차를 부실 덩어리로 낙인찍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헐값으로 넘긴 정부 정책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가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것은,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을 비롯한 경제관료와 대우그룹 사이의 불화에서 비롯됐다는 주장과, 대우그룹에 대한 정부 쪽의 위기 진단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강도 높은 비판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워크아웃 결정 뒤 출국해 외국에 머물러온 김 전 회장은 5년8개월 만인 2005년 6월 귀국해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징역 8년6월과 벌금 1천만원, 추징금 17조9천253억원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08년 1월 특별사면됐다. 사면 뒤에는 주로 베트남에 머물면서 세계경영의 명맥을 잇고자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진행하는 글로벌청년사업가(GYBM) 양성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