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기관 안정적 수입원 톡톡
주거래은행 행사지원 등 나서
은행 홍보·고객 관리 ‘일거양득’
주거래은행 행사지원 등 나서
은행 홍보·고객 관리 ‘일거양득’
지난 12일 엔에이치(NH)농협은행에서는 인천영업본부가 화제에 올랐다. 농협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천주교 교구의 주거래 은행 자리를 따냈기 때문이다.
14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맞아 교황의 발길이 닿을 교구들이 행사 준비로 바쁜 가운데 교구별 주거래 은행도 지원에 나서 덩달아 분주한 상황이다. 은행간 수입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안정적 거래처인 천주교 등 종교기관과 거래를 트는 데 관심이 높아지며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현재 천주교 교구의 주요 파트너 은행은 우리은행이다. 16개 교구 중 서울, 인천, 수원, 의정부, 청주, 원주, 군종(군대 종교) 등 7개 교구의 주거래 은행을 맡고 있다. 우리은행은 전체 교구의 전산시스템인 ‘양업(한국인 두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에서 따옴) 시스템’ 개발에 참여해 회계, 계좌 관리 등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가운데 인천교구는 이번에 농협은행을 택했다. 우리은행을 통해 나가 있던 대규모 대출을 농협은행이 가져왔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여러 노력 끝에 이번 대환대출을 성사시키게 됐다. 아직 예금의 주거래는 우리은행과 하고 있지만 이번 여신 계약이 출발점이 돼 향후 다양한 거래로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 천주교 교구 등 큰 규모의 종교집단은 안정적 수익원으로 통한다. 헌금 등 일정한 수신 기반이 있을뿐더러 각종 복지, 교육 활동까지 영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인천교구의 경우 인천가톨릭대학교를 운영 중이며 올해 들어 관동대학교를 인수하기도 했다. 또 현재 인천성모병원과 국제성모병원을 관할하고 있다. 지난 2월 개원한 인천의 국제성모병원에서는 메디컬테마파크(MTP)몰 건설이 진행중이어서 자금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15일 대전에서 있을 교황의 미사엔 대전교구 주거래 은행인 하나은행이,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릴 시복식에선 서울교구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이 선캡 등을 준비하며 행사 지원을 자처한 것은 대형 행사를 통한 홍보뿐만 아니라 기관 고객에 대한 관리 의미도 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한편 불교 조계종은 농협은행과 맺은 거래의 비중이 높다. 조계종 총무원과 25개 교구 전체 여신의 70%를 현재 농협은행이 맡고 있다. 전체 수신에서 농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량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총무원과 사찰 대출 협약을 맺어 서류 간소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개별 사찰이 꼭 농협은행하고만 거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지 스님의 의지에 따라 지방은행과 거래하는 사찰들도 있다”고 말했다.
교회 대출의 경우 2001년 전용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확대해온 수협은행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수협은행의 전체 원화 대출금 16조8194억원 가운데 10%에 가까운 1조5027억원이 교회에 나간 대출이다. 신도 수나 헌금액 등을 따져 상환능력을 산출하는데 지난 6월 금융감독원에 부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신도시 인근에 신축된 교회의 대출 심사 근거로, 신도시 입주 예정 인구의 추정치에 통계청이 발표한 기독교인 비중을 곱하는 식으로 막연하게 계산해 결국 부실로 이어진 것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향후 헌금액, 교인 수 등 상환능력 검토 기준을 강화하고 150억원이 넘어가는 거액 여신은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등 교회 대출 리스크(위험)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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