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IT업계·전기전자 분석 20년째
시황·기업분석 보고서 작성
펀드매니저·기관투자자에 종목 추천
‘팔라’고 한 기업 항의 다반사
10년전 활황때 선망 직종이었지만
불황 인한 구조조정 “힘든 시기”
성실성·고민하는 자세 최대 자질
“내가 최고 전문가” 자부심이 동력
IT업계·전기전자 분석 20년째
시황·기업분석 보고서 작성
펀드매니저·기관투자자에 종목 추천
‘팔라’고 한 기업 항의 다반사
10년전 활황때 선망 직종이었지만
불황 인한 구조조정 “힘든 시기”
성실성·고민하는 자세 최대 자질
“내가 최고 전문가” 자부심이 동력
“세일즈맨이고, 연구하는 사람이고, 글 쓰는 사람이죠. 각기 다른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참 쉽지 않습니다.”
박강호(46·사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1994년 7월 증권업계에 입문했다. 정보기술(IT) 분야와 전기·전자 부분 분석을 20년째 맡고 있다.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의 이름 뒤에 붙은 직함은 ‘조사원’, ‘조사분석원’에서 ‘애널리스트’로 바뀌었다. 변한 이름만큼 업계는 많은 부침을 겪었다.
그는 “내가 입사할 때만해도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라는 개념이 희박했다. 2000년대 초반 외국계 증권사가 리서치센터를 소개했고, 대형사를 중심으로 리서치센터를 늘려가면서 애널리스트라는 이름을 들여왔다. 2000년대 중반 증시가 활황을 겪으면서 중소형 증권사에도 애널리스트 바람이 불었다. 그 때만 해도 참 선망받는 직업이었다”고 전성기를 기억했다.
지금은 그가 겪어 온 애널리스트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다. 그는 “주가조작 연루, 리포트(보고서) 객관성 논란 등으로 에널리스트 이미지는 안 좋아질대로 안 좋아졌다. 3년째 이어지는 증권업계 불황과 그에 따른 구조조정 때문에 분위기는 삼엄하다. 명예와 신뢰로 먹고사는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지난 20년 중 가장 힘든 시기”라며 답답해 했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그들이 써내는 기업분석, 시황분석, 경제분석 보고서로 만나지만, 이는 애널리스트 업무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펀드매니저(자산운용역)와 바이사이드(buy side)애널리스트 등에게 종목을 제안해 주문을 받아내는 ‘세일즈맨’ 역할도 해야한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박 연구원처럼 증권사에 속해 투자자에게 사고 팔 종목을 추천하는 ‘셀사이드(sell side)’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인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에 속해 있으면서 셀사이드 에널리스트의 추천을 바탕으로 매매할 종목을 선택하는 ‘바이사이드’ 에널리스트로 나뉜다.
최근에는 애널리스트들한테 각 기업의 담당자를 만나 증권사의 투자은행(IB) 업무를 세일즈하는 역할도 추가됐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연구원’으로서 데이터베이스(자료)를 관리하고, 분석 모형을 새롭게 다듬는 임무는 애널리스트의 기본이다.
하루 일과는 ‘3D’라고 박 애널리스트는 표현한다. 대부분 아침 6시반에서 7시 사이에 출근한다. 7시20분 열리는‘아침 회의’를 준비하며 밤새 외국 시장상황과 뉴스를 점검한다. 이 자리에선 시황, 종목, 거시경제 등 각 분야 애널리스트들이 참석해 서로의 분석에 대해 논의하고 평가한다. 여기에 증권사 국내외 영업사원들도 들어와 일반 고객의 질문을 전한다.
아침 회의를 마치고 나면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사고 팔 주식을 추천한다. 분석 보고서를 쓰기 위한 일종의 취재를 위해 기업탐방도 가야 한다. 주로 기업의 아이아르(IR·기업설명) 담당자를 만난다. 한 달에 한 기업당 최소 2회 이상은 가야한다. 그 사이 틈틈이 보고서를 쓰지만 끊이없이 들어오는 기자, 기업체, 투자자들의 전화 때문에 집중이 쉽지 않다. 정해진 퇴근시간은 없다. 리포트를 쓰다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일요일 출근하는, 주 6일 근무가 애널리스트에게는 자연스럽다.
신입 애널리스트가 들어와 본인의 이름을 걸고 하나의 분석 보고서를 쓰기까지는 보통 2~3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아르에이(RA·보조 애널리스트)로서 일종의 수습 기간을 거쳐야 한다. 아르에이는 데이터를 관리하며, 애널리스트 업무를 어깨너머로 깨친다. 함께하는 애널리스트의 옆에 붙어 같이 일정을 소화한다. 막연한 환상만 품고 들어왔다가 “자기 시간 하나 없고”“데이트 한 번 제대로 못하는” 이런 과정을 버티지 못해 떠나는 경우도 많다.
기업, 투자자, 증권사 등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내 이름을 지켜가면서 객관적인 리포트를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만 읊는 ‘바이(buy) 리포트’ 일색인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어느 정도 수긍했다. “팔라거나, 중립이라는 리포트를 쓰면 어마어마한 항의 전화를 받게된다. 매번 만나 취재해야 하는 기업은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낸다. 그 기업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전화로 ‘당신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며 상스러운 욕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담당 업계 전문가인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정확하지 않다면 장기적으로 시장 전체가 신뢰를 잃게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때문에 가장 중요한 애널리스트의 자질로 ‘성실성’과 ‘고민하는 자세’를 꼽았다. 객관성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입 아르에이들에게 늘 주문한다. 일단은 성실해야 한다. 변화하는 업계 흐름과 데이터를 꼼꼼히 봐야 한다. 또 고민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대상인 기업과 투자자는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들 말만 듣고, 지나친 자기확신을 가지게 되면 점점 정확한 분석에서 멀어진다. 늘 다른 측면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정신 없는 일상과 업계 침체에 많이 지쳤지만, 그를 이끄는 동력은 자부심이다. “생각해보라. 우리 회사에서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전문가다. 내 이름을 듣고 투자자든, 고객이든 믿고 투자를 결정한다는 건 참 설레는 일이다. 그 힘으로 버티고 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사진 대신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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