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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벤처 신화’ 팬택, 끝내 법정관리 신청

등록 2014-08-12 19:52수정 2014-08-12 22:17

현금 유동성 고갈 결국 못버텨
협력업체 줄도산 이어질수도
이준우 대표 “경영정상화 분골쇄신”

법원 한달안 법정관리 여부 결정
‘청산’ 아닌 ‘회생’ 결론 가능성도
이통사는 단말기 구매 여전히 난색
‘벤처신화’의 주역이었던 팬택이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팬택 이사회는 12일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법정관리 신청 안건을 통과시켰다. 팬택은 이날 이사회 직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우여곡절 끝에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얻어냈지만 이동통신 3사(에스케이텔레콤·케이티·엘지유플러스)가 팬택 제품을 추가 구매하지 않아 현금 유동성이 고갈돼 결국 법정관리 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팬택으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 550여개 협력사의 줄도산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준우 팬택 대표이사는 이날 법정관리 신청 이후 안내문을 내어 “기업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해 오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데 대해 협력업체 등 이해 관계자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또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분골쇄신의 자세로 하루라도 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며 “팬택 제품을 사용하시는 고객분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1991년, 샐러리맨 출신인 박병엽씨가 자본금 4000만원으로 설립한 벤처기업 팬택은 무선호출기(삐삐) 회사로 출발해 대기업들 틈바구니 속에서 한때 국내 3위, 세계 7위의 휴대폰 제조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글로벌 시장이 노키아·모토롤라·삼성전자의 ‘빅3 체제’로 재편되는 상황 속에서, 무리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가 2007년 1차 워크아웃 사태를 맞는 등 위기를 맞았다.

이후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스마트폰에 집중하면서 2011년까지 흑자 경영으로 돌아서는 듯 했으나, 삼성전자의 압도적 우세 속에 국내 이통 시장의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시 경영 상황이 어려워졌다. 특히 올해 초 이통 3사의 영업정지 사태는 팬택에 결정타가 됐다. 영업정지로 재고가 쌓인 이통사가 6월 이후 팬택의 단말기를 단 한 대도 구입하지 않으면서, 팬택의 자금줄이 막혀버린 것이다. 지난달 이통3사가 팬택의 채무 1530억원의 상환을 2년간 유예해주기로 하면서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협력업체에 지급한 어음을 결제할 대금은커녕 당장 운영 자금도 바닥나 결국 이날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해서 당장 팬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앞으로 한 달 안에 팬택의 법정관리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팬택의 지속 가치에 대한 판단에 따라‘청산’이 아닌 ‘회생’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다. 팬택 쪽에서는 지난 3월 채권단 실사 결과 팬택의 계속 기업가치가 3824억원으로 청산가치인 1895억원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해, 회생 쪽으로 결론이 나길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해도 결국 돈이 돌아야 팬택의 회생이 가능한데, 이‘열쇠’를 쥐고 있는 이통 3사의 입장이 좀처럼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팬택은 월 15만대 이상만 판매하면 충분히 자생할 수 있다며 단말기 구매 요청을 하고 있지만, 이통 3사는 여전히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팬택의 재고가 여전히 그대로다. 앞으로 소비자 요구가 있다면 구매할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도 “(채권단의 실사 결과는) 이통사에 대한 영업이 원활하다는 전제 하에 나온 것이라 지금의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며 “법정관리 이후의 실사에서도 계속 가치가 높게 나올 거라고 장담할 순 없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제조사인 마이크로맥스를 비롯한 인도·중국 등 해외 업체에 매각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하지만 법정관리 체제 하에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정애 송경화 유신재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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