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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새 ‘공유 경제’ 모델인가, 불법 영업일 뿐인가

등록 2014-08-11 19:55수정 2014-08-11 21:54

[사람&디지털] 모바일앱 택시 ‘우버’ 서비스 논란
낯선 곳에서 택시를 이용하다 보면 난감함을 경험하곤 한다. 주변 지리에 어두운데, 택시는 도무지 눈에 띄지 않는다. 외국 여행 중에는 막막하기까지 하다. 가까스로 택시를 타게 되더라도 불안을 떨치기 어렵다. ‘바가지를 씌우면 어쩌나’, ‘사고를 당하거나 강도로 돌변하면 어쩌지’ 등이다.

만약 스마트폰으로 탑승 전 기사와 요금을 알 수 있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실시간 경로를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어떨까? 미국 실리콘밸리의 ‘우버 테크놀로지’는 이런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운전자와 이용자를 연결한 모바일앱 ‘우버’를 내놓았다. 현재 세계 40개 도시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우버는 서울을 비롯해 런던, 파리, 베를린 등 많은 진출도시에서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택시업계의 반발과 지역 정부의 규제 때문이다. 서울시도 지난달 21일 “명백한 불법 콜택시”라며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허가 없이 승용차나 렌터카를 대여해 돈을 받고 승객을 실어 나르면 처벌을 하고 있는데, 우버가 여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우버는 “서울이 글로벌 ‘공유경제’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고 보도자료를 내 반박했다. 이미 허가된 렌터카업체 및 기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승객들을 연결해줄 뿐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기존에도 렌터카를 빌릴 때 기사를 함께 고용하는 서비스는 있었다. 우버는 이를 소비자와 연결하는 합법적 ‘기술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택시업계 반발과 정부 규제 속
GPS로 운전자와 이용자 연결해
전 세계 40개 도시서 서비스중

렌터카업체와 제휴하는 시스템
공유가치 창출 아닌 신종 사업
적절한 요금과 안전 보장 의문
새 교통 플랫폼 가능성은 있어

우버는 이런 논란에 대해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처음 선을 보였을 때 캘리포니아 택시 규제 당국은 서비스 중지를 명령했다. 그때부터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37)의 대응 전략은 ‘무시’였다. 정말 문제가 될 것 같은 경우 우버는 스스로 ‘우뢰’라고 부르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용자들에게 지역 규제로 서비스가 중지될 상황에 놓였음을 알리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수만통의 전화, 이메일, 트위터 등으로 당국의 후진성에 항의했다. 미국 워싱턴디시(DC)는 이렇게 시달리다 결국 물러섰다.

우버 논란은 이 회사 주장대로 정부와 기존 택시업계가 결탁한 구식 체계가 불친절한 서비스와 낙후된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새 시대 흐름에 저항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일까? 일단 국내 우버 서비스는 이 회사가 강조하는 공유경제와는 무관하다. 공유경제란 재화나 인력을 소유권 이전 없이 공유함으로써 새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를 말한다.

기존 렌터카 사업과 제휴한 우버의 사업은 정보기술로 무장한 택시 시장의 새로운 경쟁자일 뿐이다. 기존 콜택시와 비교해도 우버의 기능은 컴퓨터가 전화상담사를 대체했을 뿐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없다. 애초 캘러닉이 착안한 우버 아이디어도 택시 잡기 어려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스마트폰 버튼 하나만 누르면 리무진이 눈앞에 당도하는 사업이었다.

물론 우버의 사업 방식은 진화했고 혁신적 요소가 있다. 핵심은 세계 대부분의 대도시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교통문제를 개선할 기술적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와 달리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도시들의 법은 개인이 ‘우버 운전자’가 되는 것 자체를 막진 않는다. 누구나 우버가 요구하는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된다. 도시에는 이미 빈자리를 둔 채 운전하는 자가용 차들이 무수히 많다. 이들과 이동이 필요한 이들이 기술을 통해 연결된다면 도심 교통 체증과 자동차 대수, 환경오염 등을 줄이는 획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우버의 기업가치 평가액이 180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하는 바탕에도 이런 전망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다음이다. 애초 모르는 사람들 간에 상대를 차에 태우고 돈을 받는 사업이 정부 규제를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익명의 다수를 태우는 공공 운송수단의 성격이 있기 때문이었다. 낯선 곳에서 택시를 잡을 때 느끼는 가격과 안전에 대한 불안을 어떻게 경감시킬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이 축적된 것이 규제인 셈이다. 우버는 기술을 바탕으로 주요 도시들에서 이를 해체하는 중이다. 디지털 시대 컴퓨터와 알고리즘으로 택시 서비스가 연결되고 나면 할머니도 탈 수 있는 적절한 요금과 안전은 누가 보장할 것인가?

기업은 수익을 추구하지 공공선을 담보하는 조직은 아니다. 현재 우버와 택시업계가 맞는 충돌은 다양한 산업에서 진행중이다. 기존 호텔업을 대체하는 ‘에어비앤비’, 국제적인 유통업을 해체하는 ‘아마존’ 등이 그러하다. 정보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자본주의 경쟁의 극단화를 지적해온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는 저서 <슈퍼자본주의>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우리는 기업의 소비자로서 얻는 이익이 시민으로서 치르는 대가에 값할 만한 것인지 물어야 하는 시점에 왔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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