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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건설사 ‘입찰 짬짜미’ 사상 최대규모 적발

등록 2014-07-27 20:17수정 2014-07-27 21:16

호남고속철도 공사 참여 28개 업체
3조5980억원 규모 입찰 담합
공정위, 4355억 과징금·검찰 고발
역대 담합사건 두번째 규모 부과액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 담합 과징금 10위 업체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 담합 과징금 10위 업체
#1.2009년 7월 중순,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 21개 건설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최저가 낙찰제 방식으로 진행되는 호남고속철도의 13개 공구 공사를 유리하게 따내기 위해, 철도 실적과 시공능력 평가액 등을 기준으로 그룹별로 공구를 나눴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은 여기서 공구를 배정받지 못했지만 대신 서브사로 참여하고 2010년에 발주될 철도 최저가 낙찰제 공사에서 우선권을 받기로 합의했다. 며칠 뒤, 이들은 ‘뽑기’를 통해 공구별로 낙찰받을 회사를 결정했다. 이후 낙찰을 받기로 한 13개 회사는 설계금액 대비 76%대로 가격을 맞추기로 했다. 여기에, 포스코건설과 극동건설 등 7개 업체가 가세해 나머지 15개 업체가 낙찰 예정사보다 높은 투찰가를 써내는 방식으로 ‘들러리’를 서기로 했다.

#2.2010년 3월,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삼성물산 관계자들이 서울 광화문역 부근 한 까페에 모였다. 이들은 턴키방식으로 발주된 차량기지 공사를 따내기 위해 ‘사다리타기’방식으로 각사가 써낼 투찰률을 합의했다. 대림산업이 94.79%, 대우건설 94.85%, 삼성물산은 94.76%를 뽑았다. 입찰일인 2010년 4월2일, 이들은 사다리타기로 뽑은 투찰률대로 써내는지 보기 위해 경쟁사 직원들의 참관하에 투찰을 했다. 대안방식으로 공사가 발주된 다른 3개 공구에서도 투찰 가격을 미리 정하고 나머지 업체들이 들러리를 서는 비슷한 담합 합의가 이뤄졌다,

건설업체들이 이런 입찰 담합 행위로 4355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맞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에서 28개 건설업체가 3조5980억원에 달하는 입찰 담합을 벌인 것을 적발해 제재했다고 27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최저가 낙찰제 방식으로 발주된 13개 공구에서 공구 분할 및 들러리 합의에 참여한 28개 업체에 대해선 시정명령 및 과징금 3479억원을 부과하는 한편, 이중 15개 건설사 법인과 공구분할을 주도한 ‘빅7’사의 담당임원 7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또 대안·턴키 방식으로 발주된 3개 공구와 차량기지 공사에서 낙찰자 및 들러리 합의를 한 11개사에 대해서도 시정명령과 과징금 876억원을 부과하고, 9개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번에 부과된 과징금은 역대 담합 사건 사상 두번째로 큰 규모이자, 건설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역대 최대 과징금은 2010년 4월 액화석유(LPG) 가격을 담합했던 6개사에 부과된 6690억원이다. 건설업계는 4대강과 경인운하 사업을 비롯해 부산지하철 1호선,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 등 굵직굵직한 국책 사업에서 잇딴 담합이 적발되면서, 2010년 이후 쌓인 과징금 부과액만 9453억원에 이른다.

사상 최대 과징금 사태에 직면한 건설업체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건설 공사 입찰 담합 근절 및 경영 위기 극복 방안’ 토론회를 열어 “연이은 입찰 담합 조사와 과징금,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건설사들이 생사 기로에 놓였다”며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선처를 요청했다. “불법행위에 대해 상응하는 처분과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건설사가 불공정 관행에 가담한 본질적인 원인과 불가피한 요인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허명수 한국건설경영협회장·지에스건설 부회장)는 것이었다. 최저가 낙찰제와 공공 공사 동시 발주 등 제도적 문제점도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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