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진엑스텍은 코넥스 시장 첫번째 결실이다. 24일 코넥스 기업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이전 상장한다. 코넥스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코스닥보다 쉬운 조건으로 상장할 수 있는 시장으로, 지난해 7월1일 문을 열었다.
8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만난 김창호 아진엑스텍 대표는 1995년 회사를 만든 뒤 20년 동안 겪은 우여곡절부터 떠올렸다. 김대표는 “덩치 작은 기업의 설움을 자금난을 겪으며 느꼈고,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도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 해야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시장이 작은 벤처 기업들을 돌아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진엑스텍은 모션제어칩을 만든다. 모션제어칩은 장비들의 미세한 움직임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로봇부터 거대한 생산라인에 이르기까지 미세한 움직임이 필요한 대부분 장비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진엑스텍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세계에서도 7개 회사만 가진 기술이다. 작은 회사지만 내용은 단단하다. 2013년 기준 매출액은 189억1300만원정도지만 영업이익은 35억6000만원, 영업이익률이 18.83%에 달한다. 이 회사 영업이익률은 3년 연속 15%를 넘었다.
김 대표는 제품을 만들고 납품하며 “스무해 동안 스무번 산을 넘는 것같은 과정을 겪었다”고 했다. 중소기업청 도움으로 어렵게 칩을 개발했지만 대기업 납품을 하기까지 자금난에 시달렸다. 그때 가장 서운했던 건 대형 은행들의 태도였다. 은행에게 대출 이야기를 꺼내면 ‘직원 수는 몇명이냐, 기계는 몇대 가지고 있느냐’만 물어봤다. 김 대표는 “은행들이 자기자본이익률(ROE) 급감했다고 울상인데, 그럴만하다. 기술이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외형만 보고 돈을 빌려준다. 회사 크기에만 집착한다”고 꼬집었다.
아진엑스텍이 살아날 수 있었던 건 그나마 벤처캐피털 덕분이었다. 지금도(2014년 2월28일 기준) 회사 지분의 29.88%는 엔젤투자자와 벤처금융자금이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벤처캐피털 아니었으면 칩을 만들어 놓고도 회사를 접어야 했던 아찔한 상황”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최근의 주식시장 부진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상반기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급하게 줄자 4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바 있다. 김회장은 이에 대해 “그 어떤 정책보다 시장생태계가 중요하다. 시장에는 큰 나무(코스피 상장업체)도, 중간나무(코스닥 상장업체)도, 우리같은 꿈나무(코스넥 상장업체)도 필요하다. 썩어버린 나무가 있으면 꿈나무들 키워서 그 자리를 대체해 주고 순환해야한다. 그러면 새(투자자)도 자연스럽게 몰려든다”며 코넥스 활성화의 필요성을 말했다.
아진엑스텍 역시 처음에는 코스닥 직상장을 준비했다. 지정자문 금융회사인 신한금융투자의 조언으로 코넥스에 들어가 1년을 지낸 뒤 생각이 바뀌었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공시, 외부감사라는 것도 제대로 받아보면서 투명성을 검증받을 시간이 됐다”고 했다. 아진엑스텍은 코넥스 1호 상장업체이기도 하다.
코스닥 상장이 됐다고, 회사 덩치를 급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없다. 그는 “공모를 통해 얻은 자금은 우리 제품을 검사하는 공정을 확충하고, 전문인력을 들이는 데 쓸 계획이다. 쓸모없는 설비만 늘릴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일부 모럴해저드(도덕 불감증)에 빠진 벤처기업가들처럼 돈 벌기 위해 회사를 내놓는 못된 짓은 안하겠다”고 말했다.
아진엑스텍 코스닥 시장 청약은 공모주간사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7월14일에서 15일 사이 이뤄진다. 희망공모가는 5000원에서 6000원 사이다. 이번 공모에 주식 100만주(공모후 기준 17.76%)를 내놨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사진 아진엑스텍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