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인연합, ‘쌀 관세화 유예종료 대응 토론회’서
“쌀 관세화에 앞서 정부는 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쌀 관세화 유예종료 대응 토론회’에서 주최 쪽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김준봉)는 이런 공식적 입장을 내놨다. 토론자로 나선 박상희 한농연 정책실장은 “(쌀 시장 개방과 관련해) 제일 중요한 것은 현상유지이지만, 세계무역기구(WTO) 협정문을 검토하고, 법리적으로 이론적으로 상식적으로 검토한 결과, ‘선 대책 후 관세화’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농연은 농민 후계자들이 회원인 농민단체로 13만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박 실장은 “웨이버(일시적 의무면제)도 한 방안이지만, 현재 40만9000t(2014년 물량)이라는 엄청난 의무수입물량(MMA)이 들어오고 있다. 웨이버 협상 성공으로 의무수입물량이 늘어난다면 쌀 산업 농가에 타격을 줄 것이다. 우리는 관세화 옵션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정부의 협상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쌀 관세화가 유리하다고 하는데, ‘관세화는 농가에 고통을 덜 주는 것’이라며 더 낮은 자세로 농민들에게 다가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쌀 관세화시 고율관세를 정부가 충분히 약속해야 하고, 쌀 산업 종합대책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앞서 김태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실장은 일본·대만·필리핀 등 세나라 사례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의 쌀 관세화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1999년 쌀 관세화로 전환한 이후 의무수입량을 초과한 수입은 미미했다. 쌀 수입량은 연간 100t에서 2009년 이후 연간 50t 내외로 감소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이어 “필리핀은 의무수입량을 포함해 연간 100만~200만t을 수입하고 있어 약 80만t까지 의무수입물량을 증량해도 영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관세화 유예 연장을 위해 의무수입물량을 늘릴 경우, 필리핀과 달리 쌀 산업 피해는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 교수도 ‘쌀 관세화 법리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쌀 시장 관세화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그는 “모든 수입농산물에 관세를 매기고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의 원칙이다. 한국의 쌀은 예외로 인정받아 20년간 시장개방 유예의 혜택을 받았다. 이 기간에 쌀 수출국도 최소한의 시장접근을 보장받아야 하므로 한국이 5%의 관세만 부과하고 수입해야 하는 의무수입물량은 연간 40만t으로 늘었다. 이제 유예기간이 2014년 말로 종료되기에 쌀 시장 관세화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넘쳐나는 의무수입물량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이를 또다시 증량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웨이버 방안은 비현실적 대안”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일본은 15년 전 쌀을 관세화했는데, 현재 50t 정도는 매해 수입하고, 500t을 수출하고 있다. 수입량의 10배 넘는 수출국으로 전환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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