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동양 사태, 키코 사태 다룬 <개과천선>
드라마는 끝났지만 현실은 답답하기만

등록 2014-06-29 13:59수정 2014-06-29 14:06

피해자들 “고맙지만 조기 종영 아쉬워”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사라져가는 느낌이었다. 정치권에서도 더이상 관심을 쏟지 않고 기업도, 금융당국도, 정부도 아직 배상에 대해 한마디 없다. 그나마 <개과천선> 덕에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 참 고맙다.”

김천국 ‘동양 피해자 대책 협의회’ 언론위원장에게 26일 막을 내린 <문화방송(MBC)> 드라마 개과천선은 ‘고마운’ 드라마다. 발만 동동 구르는 유림그룹 회사채 피해자들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 10회 속 장면은 바로 9개월 전 그의 모습이다. 지난해 10월3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회사의 경영권을 포기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정신이 혼미하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이율 높고 위험 없는 좋은 상품’이라는 증권사 직원의 말만 믿고 동양그룹 회사채를 샀다. 그러나 동양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8700만원의 피해를 보게 됐다. 그날 이후 그는 운영하던 작은 가게도 거의 돌보지 못하고 있다. 매주 한 두 차례씩 금융당국과 서울중앙지법을 오가며 목소리를 높인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싸움은 언제 끝날지 막막하기만 하네요.”

드라마 <개과천선>은 금융 전문 변호사 김석주(김명민 역)를 중심으로 실제 벌어졌던 금융 사건들을 소재로 다뤘다. ‘유림그룹 회사채 사건’은 지난해 터진 동양그룹 기업어음·회사채 사건을, ‘중소기업 환율 상품 사건’은 2008년 키코 사태에서 그대로 따왔다. 동양그룹 기업어음·회사채 사건은 동양증권이 고객을 대상으로 부실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제대로 된 설명 없이 팔아 문제가 됐고, 2008년 키코 사태는 특정한 구간에서만 환헤지(환율 변동 리스크 제거)가 되는 환율 상품을 시중은행이 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무리하게 판매해 문제가 됐다.

시청자들은 ‘극사실주의 웰메이드 드라마’라며 환호했다. 25일 방송분에서는 대법관들을 언급하며 “참여정부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대법관들의 다양성이 사라졌다”고 말한 배우 최일화(김신일 역)씨의 대사가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는 화제가 됐지만 금융 피해자들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김씨를 비롯한 동양증권 피해자들은 <개과천선>의 대본 작업에 참여하기도 한 ‘법무법인 정률 ’의 이대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지난 10일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신청했다. 법원의 허가를 받고 승소한다면 4만여명에 이르는 피해자 전원이 배상받을 수 있지만 갈 길이 멀다. 2005년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도입된 이래 법원으로부터 소송 허가를 받아낸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하다. 동양증권을 인수한 대만 위안다증권의 자금 출처도 확인하고 싶다.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위안다증권의 자금이 동양그룹과 관계 있는 인물의 국외 비자금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두루뭉술한 답변만 내놓고 있다.

12회부터 마지막 회인 16회까지 등장한 키코 사건 피해 기업들의 상황도 지난달 말부터 더 악화됐다. 정정식 ‘키코 피해 기업 공동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말부터 이번달까지 10건 넘는 소송들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은행 손을 들어준 판결이 나온 이후, 소송중인 사건들이 심리 기회도 얻지 못한 채 기각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현재 대법원에서 30여건, 1심과 2심에서 각각 10여건씩 키코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정 사무총장은 전했다.

사건 초기 금융 분석을 도와주던 전문가들도 하나 둘씩 떠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나조차 사건이 터지고 6년이 지난 지금까지 키코가 어떤 상품인지 모른다.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한데 우리 목소리를 대변해줄 전문가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상대인) 은행처럼 그 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며 답답해했다.

<개과천선>은 애초 계획보다 두 회 앞당겨 16회를 끝으로 조기 종영했다. 출연 배우의 스케줄 조정 때문이라는 게 드라마 제작사의 설명이다.

김천국 위원장은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고 관심 갖기를 포기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개과천선>은 우리를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조기 종영 탓에 우리 얘기가 좀 더 이어지지 못해 아쉽다. 이미 많이 지쳤지만 현실에서는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