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구매정보 활용한 맞춤서비스
신한 이어 삼성카드도 활용뜻 밝혀
개인들은 가공 여지 모른 채 동의
방통위 가이드라인안은 기업편향
신한 이어 삼성카드도 활용뜻 밝혀
개인들은 가공 여지 모른 채 동의
방통위 가이드라인안은 기업편향
지난 1일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빅데이터’(디지털 경제 확산에 따라 생성되는 거대 규모의 자료) 시대에 개인정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 79쪽짜리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빅데이터 시대에는 개인정보에 대해 이전과 전혀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핵심은 투명성이다.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 재활용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개인이 이 과정을 두루 파악하고 거부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 문제에 민감한 유럽연합은 더욱 엄격하게 빅데이터 시대의 개인정보를 논의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피터 허스팅스 유럽데이터보안감독관은 “사생활 보호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의 이익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춘 빅데이터 논의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성명을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4월 초 사법적 목적을 위한 통신회사의 고객정보 보유마저 유럽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결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금융권, 특히 방대한 구매정보를 보유한 카드회사들을 중심으로 빅데이터 활용이 본격화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의 핵심사업으로 빅데이터를 꼽으면서부터다. 지난해 12월 미래창조과학부는 ‘빅데이터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며 5000여명의 전문인력을 키우고, 의료·건강, 과학기술, 정보보안, 제조, 소비·거래, 교통·물류 등 6대 산업분야에서 빅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삼성카드는 16일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삼성카드링크(LINK)’서비스를 고객 80만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링크는 축적된 사용자의 구매정보, 사용자와 비슷한 고객들의 구매정보를 자동으로 분석해 적합한 가맹점 목록을 사용자에게 띄워준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정교하게 개개 소비자를 분석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신한카드는 카이스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빅데이터 분석을 전문적으로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컨설팅 사업에 나서는 등 공익적 목적으로 자사의 고객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취득과 개인의 동의 등 복잡한 문제는 논의의 초점에서 소외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카드를 신청할 때 필수적으로 체크해야 할 개인정보 제공 동의만으로 내 모든 구매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하겠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떤 식으로 정보가 가공되고 사용되는지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개인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무력한 소비자의 정보를 이용해 마케팅 수단으로 삼겠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관계자는 “타깃 마케팅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고객혜택 제공 차원이다. 정보동의에 있어서도 선택사항과 필수사항을 구분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구매정보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도 빅데이터 활용을 규율할 토대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빅데이터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 가이드라인 제정 논의에 참여한 정보보호단체들조차 가이드라인이 지나치게 산업 편을 들고 있다고 반발한다.
방통위가 통과가 유력하다고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당한 이익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한 경우, 별도로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정보 조합·분석·처리시스템을 통해 공개된 개인정보 및 이용내역정보 등을 활용하여 새로운 개인정보를 생성할 수 있다(5조 새로운 개인정보의 생성)’는 식이다. 빅데이터의 핵심이 되는 개인에 대한 프로파일링(정보를 바탕으로 한 개인정보 재구성) 조항조차 모호한 표현으로 개인정보를 외면한 채 빅데이터 활용을 합리화하고 있는 셈이다.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김영홍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인권국장은 “개인정보 보호보다 산업적 논리를 대변하는 잘못된 가이드라인이다. 이미 이 가이드라인에 대해 인권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진정을 낸 상태다. 만일 이대로 가이드라인이 통과되면 정부기관 고소까지 할 생각”이라고 말해 논란을 예고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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