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중재기구 반대” 밝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어난 백혈병 등 직업병 논란 해결을 위한 협상이 여전히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등 피해자와 유가족 등을 대변해온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해결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반올림은 15일 성명을 내어 “삼성이 직접 반올림과의 성실한 교섭을 통해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논의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삼성전자가 “‘삼성전자의 공식 사과와 제3의 중재기관을 통한 보상안을 마련하라’는 반도체 백혈병 가족 쪽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조만간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한겨레> 4월15일치 8면)고 밝힌 것과 관련해 제3의 중재기구 제안은 반올림과 가족 쪽의 뜻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반올림 쪽에선 지난 9일 국회 기자회견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제대로 의견 조율을 하지 못해 이 제안이 포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심 의원 쪽에서도 “논의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도모하자는 취지일 뿐 보상액을 결정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영진의 첫 입장 표명을 예고해 ‘전향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받았던 삼성전자는 조금 더 사태 진전을 지켜보자는 태도다.
애초 ‘백혈병의 직업병 여부를 인정하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급선회하기보다 ‘제3의 중재기구 구성을 통한 보상안 마련 방안을 수용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던 탓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양쪽의 의견 대립으로 협상이 사실상 진척되지 못했는데, 반올림과 백혈병 가족들이 심 의원과 함께 기존 요구(2012년 말)에 없던 제3의 중재기구 구성안을 들고나와 이번엔 문제를 풀 수 있지 않나 기대했다”며 “반올림의 입장이 그게 아니라고 하니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올림 쪽에선 제3의 중재기구 구성이 시간만 지연시키는 ‘후퇴안’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9일 기자회견 제안을 이유로 4개월 만에, 16일에 재개하기로 했던 교섭 일정을 미루자고 통보한 것도 그 예로 보고 있다. 이들은 특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이 문제와 관련한 결의안을 논의하기 하루 전날 삼성전자가 갑작스럽게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한 것을 ‘물타기’ 성격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올림의 임자운 상임활동가는 “삼성이 진정성을 갖고 이 문제를 풀고자 한다면 2013년 12월 반올림이 전달한 ‘삼성 직업병 대책 마련을 위한 요구안’에 구체적인 답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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