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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 “자유로운 조직문화가 혁신 만든다”

등록 2014-03-25 21:16수정 2014-04-01 10:01

벤처 창업을 돕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하고 네이버가 후원하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행사가 2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커넥트홀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인텔의 엔지니어로 일하는 허린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성남/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벤처 창업을 돕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하고 네이버가 후원하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행사가 2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커넥트홀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인텔의 엔지니어로 일하는 허린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성남/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K-그룹’ 회원들 초청 행사 열려
벤처기업의 성지는 미국 서부의 실리콘밸리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애플,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혜성처럼 등장한 벤처기업들의 보금자리다. 창조경제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도 실리콘밸리의 벤처 생태계에 주목한다. 오래된 실리콘밸리가 시설이 노후화된 굴뚝산업처럼 퇴장하지 않고, ‘새파란’ 기업들을 계속 등장시키며 세계 정보통신(IT) 업계를 호령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실리콘밸리에서 창업도 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경험담을 들었다.

25일 경기도 성남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행사가 열렸다. 국내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해,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의 모임인 ‘케이(K)-그룹’ 회원들이 초청됐다. 케이그룹은 중국계와 인도계의 활동이 돋보이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들의 인적·기술 교류를 위한 모임이다. 이날 이들을 보기 위해 300여명이 찾아와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국내 시장은 대기업 위주로 구성돼 있어, 모두가 뛰어들 수 있게 개방이 필요하다.” 케이그룹의 회장인 윤종영 아이티 컨설턴트는 국내에서는 실리콘밸리에서처럼 유망한 벤처기업이 활발히 나오지 않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독과점 등을 통해 벤처기업이나 외국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아 경쟁과 도전이 활발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점을 마음대로 얘기할 수 있어
그런 다음 혁신적 아이디어 인정”

“한국선 중간 관리자가 주로 지시
미국선 목표 설정이 중요 역할”

“내부 경쟁도 굉장히 치열해
성과 안나오면 가차없이 해고”

“대기업 위주로 된 한국 IT 환경
모두가 뛰어들 수 있게 개방 필요”

윤 컨설턴트는 또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차이점에 대해 기업 문화를 들었다. 이날 행사에선 트위터, 인텔, 징가 등 세계적인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혁신과 도전을 추구하기 위해 조직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소개됐다. 세계적인 동영상 스트리밍 회사인 넷플릭스를 다닌 에릭 김씨는 “넷플릭스에 있을 때 가장 좋았던 것은 (사내에서) 문제점을 마음대로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자유롭게 이야기한 다음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받아들여지고, 그런 활동에 대해 가치를 인정해주는 문화가 좋았다”고 말했다.

유학을 가지 않은 ‘토종 엔지니어’로 국내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갔던 그는 “한국은 피라미드형이다. 중간관리자들이 디테일하게 뭘 하라고 직원에게 지시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관리자가 뒤치다꺼리도 하지만 팀원에게 목표를 설정해주는 게 중요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입을 닫지 않고 회사의 문제점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관리자의 노력이 ‘혁신’을 만든다는 것이다.

회의 문화도 다르다. 인텔에서 2년 반 정도 일한 허린 엔지니어는 인텔의 회의가 무척 ‘행동중심적’이라고 소개했다. “인텔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가 아니면 회의에도 들어오지 말라고 합니다.” 대신 회의는 무척 ‘강하게’ 진행된다고 했다. 국내 기업처럼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팀원까지 모두 회의에 들어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인텔은 또 ‘오픈 도어’ 정책을 내세워 모든 직원이 방 대신 ‘파티션’만으로 구분된 사무실에서 일한다. 최고경영자 역시 자신의 방이 따로 없다고 했다. 소통을 위한 노력이다.

물론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높은 연봉과 좋은 근무조건을 제공하는 것은 그만큼 성과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게임업체 징가에서 일하는 서준용 엔지니어는 “이렇게 누릴 수 있는 것은 고용이 유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에선 성과가 안 나오면 가차없이 해고 대상이 된다. 대신 그 과정은 공정한 편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에릭 김씨는 “실리콘밸리는 내부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경쟁으로 혁신을 만든다”고도 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우리나라 정부가 다른 나라보다 열심히 도와주는 게 많다 보니 지나치게 (국내) 스타트업이 정부 의존적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정부는 공정하게 기업들이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투자는 민간 주도로 하면서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남/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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