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체결땐 90%…‘무관세 천국’
“정부내 농민 대변 목소리 사라져”
“정부내 농민 대변 목소리 사라져”
한국이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농산물 총액은 11억8200만 달러(2012년 기준), 한달 앞서 협상이 타결된 오스트레일리아의 40% 수준이다. 펄프와 원목이 수입 농산물 1, 2위를 차지하고 민감한 쇠고기도 캐나다산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0.6%에 그친다. 국내 쇠고기 수입시장을 절반 이상 차지하는 오스트레일리아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보다는 그 피해가 덜한 편이다.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어 캐나다와 연쇄적으로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이 우리 농업에 던지는 충격파는 클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우리 농식품 시장의 사실상 완전 개방을 의미한다. 미국, 아세안, 유럽연합에 이어 올들어 오스트레일리아 및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이 맺으면서, 우리 농업을 지키던 마지막 남은 빗장들이 속수무책으로 벗겨지고 있는 것이다. 하나 남은 축산 대국인 뉴질랜드와의 자유무역협정 타결도 머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들은 하나같이 농업대국으로, 이미 우리나라 농산물 수입시장의 70% 이상을 이들이 점유하고 있다. 우리의 제2 농산물 수입국인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우리 농산물 시장은 자유무역협정 체결국들이 90% 이상 차지하는 ‘무관세 천국’이 되고 만다. 쌀과 고추·마늘·양파 등의 일부 예외는 있지만, 값싸게 무관세로 들여온 선진 농업대국의 축산물과 과일이 점차 우리 식탁을 지배하게 된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우리 농산물의 설 땅은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과속 개방의 결과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 농업계의 불안감이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농업시장을 초고속으로 전면 개방하면서, 정부 내에서 농민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아예 사라졌다. 우리 농업과 농민 대책을 세운다고는 하지만, 누구도 자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대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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