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사회적경제정책협의회 위원장을 맡게 될 신계륜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사회적 경제 정책의 소신을 밝히고 있다. 신 의원은 “새누리당과 공동의 사회적 경제 정책 목표를 낮은 수준이라도 설정해 다음달 초에 발표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사회적 경제] 신계륜 민주당 사회적경제정책협의회 위원장
사회적 경제 논의가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일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사회적 시장경제가 우리의 헌법정신”이라고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을 공식 언급하자, 이튿날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국회 차원의 사회적 시장경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여야가 함께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본격적인 정책 수립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사회적가치기본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으며, 새누리당의 유승민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은 야권의 극히 일부 의원들이 사용했으나, 양대 정당인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사회적 경제 정책 경쟁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여·야와 진보·보수를 떠나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건강한 법제도의 한 영역으로 공식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예비후보가 사회적 경제 공약을 내놓기는 했으나, 큰 힘이 실리지는 않았다.
지난해 5월 국회 최초로 사회적 경제를 연구하는 포럼(사회적경제연구포럼)을 발족한 데 이어 민주당의 사회적경제정책협의회 발족을 이끌고 있는 신계륜 민주당 의원을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나 ‘대한민국의 사회적 경제’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적 경제에 푹 빠져 있다”는 신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사회적경제특위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좋은 일이다. 낮은 수준부터 시작해 새누리당과 사회적 경제 정책의 공동 목표를 함께 만들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지난해부터 지금의 사회적 경제 지면을 신설해,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등 이른바 사회적 경제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여당의 사회적경제법 추진 환영
민주당은 지자체 실천경험 풍부 양당이 별도 기본법안 발의하되
큰 틀서 공동의 정책목표 추진 대기업 노조 사회존중받는 길
협동조합 협력에서 찾았으면 ─민주당의 사회적경제정책협의회 위원장을 맡게 됐다. 사회적 경제 정책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사실 사회적 경제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임정엽 완주군수,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등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들의 사회적 경제 실천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그 지역들을 다 돌아보면서, 사회적 경제 정책 추진의 확신을 갖게 됐다. 지난해 5월에는 국회 최초로 사회적 경제를 연구하는 포럼을 만들었다. 사회적 경제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내건 국회의원들의 첫 모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20여명의 의원 중 10명 정도가 포럼 때마다 꼭 참석할 정도로 열기가 높다. 새누리당에서도 이완영 의원이 회원으로 참석한다. 지자체의 풍부한 현장경험과 사회적경제포럼 의원들의 공부모임이라는 소중한 자산이 26일 발족식을 하는 민주당 사회적경제정책협의회로 이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사회적 경제 정책에 미온적이었다. 사회주의 색깔을 의심하는가 하면 사회적 경제라는 게 박원순 서울시장한테 유리하다는 식으로 경계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새누리당과 어떻게 협력할 생각인가? “여당의 협조 없이는 사회적 경제 정책 추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새누리당의 사회적경제특위 위원장을 맡은 유승민 의원과도 만났다. 적어도 유 의원은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고,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6월 지방선거의 정책을 검증하는 사회적경제매니페스토실천협의회가 다음달 6일 출범하는데, 그 자리에 유 의원도 참석하기로 했다. 두가지 합의를 이뤘다. 낮은 수준이라도 사회적 경제 정책의 공동 목표를 설정해 그 자리에서 발표하기로 했고, 매니페스토실천협의회에 유 의원과 내가 공동 상임대표를 맡기로 했다.” ─여야가 사회적 경제 정책의 공동 목표를 발표한다는 것은 새로운 시도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새누리당에서 올 1월 먼저 사회적경제특위를 발족하고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아주 좋은 일이다. 아마도 민주당에서 먼저 사회적경제특위를 만들었다면 시빗거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영국에서도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에서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는 ‘빅 소사이어티’ 정책을 들고나왔다. 사회적 경제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는 개념인데, 이제 조금씩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다. 양당이 사회적 경제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진하는 새로운 유형의 정당활동을 시도한다는 의미도 새기고 싶다. 지난해 말 ‘사회적 경제 기업을 위한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추후 발의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제 새누리당에서 기본법 제정에 나섰으니, 민주당에서도 기본법안을 따로 내놓아야 할 것 같다. 양당이 큰 틀에서 공동의 목표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얼마나 구체적인 실천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지를 놓고 평가를 받게 되지 않겠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사회적 경제를 언급하는 연설을 한 다음날 김한길 대표가 사회적 경제 정책 의지를 적극적으로 발표했다. 미리 준비돼 있었던 일인가? “당내에서 사회적경제특위 설치 논의는 그 전부터 있었는데, 김 대표의 그날 연설에 사회적 경제 관련 내용이 미리 들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황 대표의 발언이 나오니까 김 대표가 나한테 의견을 물어보더라. 당연히 사회적 경제 정책 의지를 담아야 한다고 말했고, 연설문에 삽입할 내용의 초안도 만들어주었다. 실제 연설에서 김 대표가 사회적 경제라는 정확한 개념을 피해,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단어를 쓴 것은 아쉬웠다.” 노동운동권 출신의 신 의원은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의 협력에 특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조합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해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그런 갈등을 극복하는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다음달 3일 울산에 내려가 현대차 노조 간부들을 만나는데, 사회적 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 노동조합이 노조원의 배타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넘어 조합원 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캐나다 퀘벡이나 일본에서는 노동조합이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노동조합이 협동조합과 건강하게 협력하는 캐나다 퀘벡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올해 중 직접 방문할 예정인데 대기업 노조 간부들과 함께 퀘벡의 현장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우리도 현대차 노조나 철도 노조는 막대한 자금과 구매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노조가 조금만 노력한다면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지역의 협동조합으로부터 작업장 노조원들의 장갑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노조가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새로운 길을 사회적 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노동계의 활동가들이 다시 활력있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건강한 사업을 벌이면서 생업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당히 클 것이다.” 신 의원은 “장기적으로 30만개의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살아 움직이는 세상을 꿈꾼다. 같은 매출이라도 삼성의 몇배, 수십배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야당 세력은 민주 대 반민주 이상의 대안을 설정하지 못했다. 진보 쪽의 새로운 대안의제로 사회적 경제를 삼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희망의 기운도 감지한다”고 말했다. 김현대 기자 koala5@hani.co.kr
민주당은 지자체 실천경험 풍부 양당이 별도 기본법안 발의하되
큰 틀서 공동의 정책목표 추진 대기업 노조 사회존중받는 길
협동조합 협력에서 찾았으면 ─민주당의 사회적경제정책협의회 위원장을 맡게 됐다. 사회적 경제 정책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사실 사회적 경제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임정엽 완주군수,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등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들의 사회적 경제 실천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그 지역들을 다 돌아보면서, 사회적 경제 정책 추진의 확신을 갖게 됐다. 지난해 5월에는 국회 최초로 사회적 경제를 연구하는 포럼을 만들었다. 사회적 경제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내건 국회의원들의 첫 모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20여명의 의원 중 10명 정도가 포럼 때마다 꼭 참석할 정도로 열기가 높다. 새누리당에서도 이완영 의원이 회원으로 참석한다. 지자체의 풍부한 현장경험과 사회적경제포럼 의원들의 공부모임이라는 소중한 자산이 26일 발족식을 하는 민주당 사회적경제정책협의회로 이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사회적 경제 정책에 미온적이었다. 사회주의 색깔을 의심하는가 하면 사회적 경제라는 게 박원순 서울시장한테 유리하다는 식으로 경계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새누리당과 어떻게 협력할 생각인가? “여당의 협조 없이는 사회적 경제 정책 추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새누리당의 사회적경제특위 위원장을 맡은 유승민 의원과도 만났다. 적어도 유 의원은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고,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6월 지방선거의 정책을 검증하는 사회적경제매니페스토실천협의회가 다음달 6일 출범하는데, 그 자리에 유 의원도 참석하기로 했다. 두가지 합의를 이뤘다. 낮은 수준이라도 사회적 경제 정책의 공동 목표를 설정해 그 자리에서 발표하기로 했고, 매니페스토실천협의회에 유 의원과 내가 공동 상임대표를 맡기로 했다.” ─여야가 사회적 경제 정책의 공동 목표를 발표한다는 것은 새로운 시도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새누리당에서 올 1월 먼저 사회적경제특위를 발족하고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아주 좋은 일이다. 아마도 민주당에서 먼저 사회적경제특위를 만들었다면 시빗거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영국에서도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에서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는 ‘빅 소사이어티’ 정책을 들고나왔다. 사회적 경제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는 개념인데, 이제 조금씩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다. 양당이 사회적 경제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진하는 새로운 유형의 정당활동을 시도한다는 의미도 새기고 싶다. 지난해 말 ‘사회적 경제 기업을 위한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추후 발의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제 새누리당에서 기본법 제정에 나섰으니, 민주당에서도 기본법안을 따로 내놓아야 할 것 같다. 양당이 큰 틀에서 공동의 목표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얼마나 구체적인 실천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지를 놓고 평가를 받게 되지 않겠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사회적 경제를 언급하는 연설을 한 다음날 김한길 대표가 사회적 경제 정책 의지를 적극적으로 발표했다. 미리 준비돼 있었던 일인가? “당내에서 사회적경제특위 설치 논의는 그 전부터 있었는데, 김 대표의 그날 연설에 사회적 경제 관련 내용이 미리 들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황 대표의 발언이 나오니까 김 대표가 나한테 의견을 물어보더라. 당연히 사회적 경제 정책 의지를 담아야 한다고 말했고, 연설문에 삽입할 내용의 초안도 만들어주었다. 실제 연설에서 김 대표가 사회적 경제라는 정확한 개념을 피해,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단어를 쓴 것은 아쉬웠다.” 노동운동권 출신의 신 의원은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의 협력에 특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조합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해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그런 갈등을 극복하는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다음달 3일 울산에 내려가 현대차 노조 간부들을 만나는데, 사회적 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 노동조합이 노조원의 배타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넘어 조합원 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캐나다 퀘벡이나 일본에서는 노동조합이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노동조합이 협동조합과 건강하게 협력하는 캐나다 퀘벡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올해 중 직접 방문할 예정인데 대기업 노조 간부들과 함께 퀘벡의 현장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우리도 현대차 노조나 철도 노조는 막대한 자금과 구매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노조가 조금만 노력한다면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지역의 협동조합으로부터 작업장 노조원들의 장갑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노조가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새로운 길을 사회적 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노동계의 활동가들이 다시 활력있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건강한 사업을 벌이면서 생업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당히 클 것이다.” 신 의원은 “장기적으로 30만개의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살아 움직이는 세상을 꿈꾼다. 같은 매출이라도 삼성의 몇배, 수십배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야당 세력은 민주 대 반민주 이상의 대안을 설정하지 못했다. 진보 쪽의 새로운 대안의제로 사회적 경제를 삼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희망의 기운도 감지한다”고 말했다. 김현대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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