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미포만에서 발트해 연안국 리투아니아의 에너지 독립의 꿈이 영글고 있다.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19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선박 ‘엘엔지 에프에스아르유’(LNG-FSRU) 명명식에서 배 이름을 ‘인디펜던스(독립)’이라고 붙였다.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은 명명식에서 “이 선박의 이름을 인디펜던스로 명명한 것은 리투아니아 정부의 에너지 독립 목표를 상징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인디펜던스 호는 ‘바다 위 엘엔지 기지’로 불리는 대형 선박이다. 길이 294m, 폭 46m, 높이 26m로 축구장 3배 크기다.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이 배는 리투아니아 연안에 설치돼 7만t의 가스를 저장 공급하게 된다. 엘엔지 에프에스아르유는 해상에 떠있다가 엘엔지선이 운반해온 가스를 액체로 저장했다가 필요할때 다시 기체로 바꿔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으로 공급하는 배다.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가 리투아니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도 이 배의 기능 때문이다. 러시아와 육지가 맞닿아 있는 리투아니아는 그동안 러시아에 가스 공급을 의존해왔다. 1990년 소비에트 연합으로부터 독립했지만, 에너지 문제 만큼은 러시아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2009년 취임한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은 에너지 독립을 추진했고, 엘엔지 에프에스아르유를 통해 마침내 해상을 통해 러시아 외 다른 나라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배 이름은 선주가 붙이는데, 이 배는 리투아니아에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방문해 직접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명명식엔 보통 선주 쪽 여성이 대표로 참가하는데,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은 여성 대통령이다.
현대중공업은 엘엔지 에프에스아르유가 해상에 설치할 수 있어, 육상공급기지에 견줘 공사기간도 짧고 건설비가 절반에 불과해 에너지 부족을 겪는 국가에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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