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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소치올림픽, 부패로 얼룩진 축제

등록 2014-02-16 19:56수정 2014-02-17 17:10

이강국(리쓰메이칸대 교수)의 경제산책
세계인의 겨울축제, 소치 겨울올림픽이 한창이다. 각국의 대표선수들이 스키를 타고 설원을 누비고 스케이트 칼날이 빙판을 가른다. 그러나 이번 소치올림픽은 그 엄청난 비용과 부정부패로 많은 구설수를 낳고 있다.

러시아 흑해 연안의 소치는 야자수가 있는 따뜻한 해변 휴양지로서 겨울에도 섭씨 10도까지 올라가며 눈이 거의 오지 않는 곳이다. 굳이 이 곳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이 지역의 개발 외에도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소치는 독립 이후 미국과 유럽의 지원을 받는 조지아와 가까운데, 몇 해 전 러시아는 조지아 내 남오세티아의 독립운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슬람 반군세력의 거점과도 가까운 곳이다. 결국 이번 소치올림픽은 전 세계에 부활한 러시아의 힘을 과시하고자 하는 푸틴의 정치적 야심과 오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로 인해 올림픽을 준비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다. 인공눈을 준비하고 빙상장의 얼음이 녹지 않는 데에까지 큰 지출을 해야 했다. 특히 산지의 올림픽 스키장까지 가는 45㎞의 도로와 철도를 건설하는 데에만 약 10조원이 들었는데, 그 길에 최고급 캐비어를 두껍게 깔아도 그만큼은 안 들 거라는 농담조차 돌았다. 결국 올림픽을 준비하는데 든 총비용은 계획보다 몇 배나 늘어나 우리 돈으로 55조 원에 달했다. 여름올림픽보다 규모가 훨씬 작지만, 베이징 여름올림픽의 47조원을 훨씬 넘어선 역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운 것이다.

돈쓰는 게임이 있다면 금메달감이지만 그 부담은 결국 러시아 국민 모두의 몫이다. 러시아 정부도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 운운하며 이를 정당화했겠지만, 사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대부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1996년 애틀란타 여름올림픽을 제외하곤 거의 모두가 적자였으며,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그리스 재정위기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가뜩이나 신흥국 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요즘, 러시아 경제도 올림픽의 부담으로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만연한 부정부패다. 비판가들은 최대 30조원이 뇌물이나 횡령, 부실공사로 낭비되었을 것이라 분석하며, 국제올림픽위원회의 한 위원도 총비용 중 3분의 1이 부패와 관련되었다고 지적한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원래 건설업은 부패의 온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러시아는 정경유착이 더욱 끔찍해서 올림픽 시설 건설 중 큰 계약들은 대부분 푸틴의 고향친구 회사 등 정부에 끈이 있는 회사들에 돌아갔다. 스키 점프대 공사는 부실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며 비용이 계획보다 7배나 늘어났고 다른 시설도 이와 비슷했다. 언론은 통제되고 있지만 많은 러시아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소치올림픽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남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건설회사 출신의 전 대통령이 엄청난 국민의 돈을 4대강 사업에 쓰지 않았던가. 그 과정에서 부실과 비리도 적지 않았다. 다음 차례인 평창올림픽이 걱정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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