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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하우스맥줏집 운영하는 조종사들 “더 높이 날자”

등록 2014-02-11 19:57수정 2014-02-11 20:24

조종사협동조합을 끌어가는 4인방이 맥주잔을 들고 클럽하우스 발전을 위해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오 이사장, 염진수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 열성 조합원인 이영근 기장과 유장수 기장.
조종사협동조합을 끌어가는 4인방이 맥주잔을 들고 클럽하우스 발전을 위해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오 이사장, 염진수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 열성 조합원인 이영근 기장과 유장수 기장.
[사회적 경제] 조종사 협동조합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의 본격적인 ‘협동’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8월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에서 협동조합 설립의 물꼬를 텄다. 대한항공의 조종사 노동자들이 시작했지만, 모든 항공사의 조종사들에게 문호가 개방돼 있다. 그래서 협동조합 이름도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이다.

조종사들의 협동조합에서 벌인 첫 사업은 파일럿클럽하우스, 쉬운 말로 하면 술집 운영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새도시 한복판에 ‘맛좋고 저렴한’ 하우스맥줏집을 열었다. “우리들의 공간이 생겼어요. 조종사들은 비행기와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비행 일정이 다르다 보니, 서로 만나서 소통을 나누기가 쉽지 않거든요. 조종사들이 다들 좋아해요.”(이영근 대한항공 기장)

150㎡ 남짓으로 평소 50~60명 손님을 받을 수 있는 파일럿클럽하우스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조종사들의 특별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한쪽 벽에는 비행 소품들이 앙증맞게 전시돼 있고, 조합원들의 소식을 나누는 게시판이 마련돼 있다. 맨 안쪽의 널찍한 프레젠테이션 공간에는 대형 항공기 그림과 함께 ‘We are the world, we are the one’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무실로 쓰고 있는 입구의 작은 방은 비행 물품을 판매하는 가게로 운영할 계획이다.

김종오 이사장이 주문을 받아 맥주를 따르고 있다.
김종오 이사장이 주문을 받아 맥주를 따르고 있다.

일산에 파일럿클럽하우스
출자금 낸 조합원 550명 달해
노조의 틀 뛰어넘어 독립 사업
유기농 먹거리·비행훈련학교 등
다양한 사업 구상에 부풀어

“우리 파일럿클럽하우스는 질 좋은 하우스맥주를 가장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곳이에요. 우리 조종사들이 최고의 하우스맥주를 골랐어요.” 그러면서도 염진수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은 ‘특별한 공간’임을 강조한다. “술만 마시는 곳이 아니에요. 모든 일을 다 벌일 수 있어요. 라이브 밴드 공연도 하고, 동호회 모임도 세미나 행사도 열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맥줏집은 유일할 거예요.”

김종오 이사장은 “지난 10월 문을 연 뒤로 클럽하우스에서 많은 행사를 치렀다”고 말했다. “퇴직하는 선배 조종사와 가족을 위한 환송행사를 처음 열었어요. 그전까지는 공항에서 꽃다발 하나 받고, 쓸쓸히 떠나셨죠. 후배 조종사들이 많이 모여서 덕담을 나눌 수 있으니, 다들 무척 좋아했습니다. 아예 정례화했습니다. 신임 기장 축하모임도 시작할 생각입니다. 노동조합 행사도 클럽하우스에서 열지요. 우리들의 공간이 생기니,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더라고요.”

국제앰네스티의 인권편지쓰기 행사를 여는가 하면, 맥주 1잔당 100원의 기부금을 모아 ‘은빛날개’라는 조종사복지단체에 보내는 등 사회공헌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열성 조합원 유장수 기장을 중심으로 안전한 먹거리 나누기에도 열심이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쌀을 조합원들과 연결시켜 주는 정도예요. 앞으로는 클럽하우스에 유기농 먹거리의 샘플을 비치해놓고 조합원들이 홈페이지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할 참이에요. 생협과도 연대해야죠.”

조종사협동조합의 강점은 동질적인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튼튼한 재정이다. 최소 30만원 이상의 출자금을 납부한 조합원이 벌써 550명으로 불어났다.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 연말까지는 ‘똔똔’을 유지하는 실적을 올렸다. “조합원들 행사를 많이 유치하니 영업에도 큰 보탬이 됩니다. 1월 들어 행사가 뜸해지면서 매출이 줄었지만, 큰 걱정은 안 해요. 고양과 파주 지역에 살고 있는 여러 항공사 직원들만 4000명은 될 겁니다. 우리의 특별한 맥줏집이 차차 알려지면, 항공사 가족이나 일반 고객이 많이 늘어나겠지요.” 김 이사장의 올해 목표는 “최소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것”이다.

클럽하우스의 한켠에는 비행 소품들이 전시돼 있다.
클럽하우스의 한켠에는 비행 소품들이 전시돼 있다.

조종사 노조에서 협동조합 맥줏집을 운영하는 일차 목적은 소통의 공간 확보이지만, 이들은 그 이상의 꿈을 갖고 있다. “노동조합이라는 게 세월이 가면서 어쩔 수 없이 회사라는 틀에 묶이게 되더라고요. 그걸 뛰어넘자는 생각으로 협동조합을 세웠어요. 우리 조종사들이 정말 독립적으로 우리들의 사업을 벌여보자는 거죠.” 노조 위원장을 지낸 김 이사장이 설명하자, 염진수 현 위원장이 뜻을 보탰다. “우리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진정한 조종사들의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포부를 갖고 있어요. 이제 시작이지요.” 협동조합 술집에 이어 헬스클럽, 어린이집 등 조합원들의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사업 운영으로 진화하는 꿈을 꾸고 있다. 은퇴한 조종사들이 모여 비행훈련학교를 운영한다는 꿈도 언젠가는 이뤄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은 한몸이었다. 자본주의 기업 안에서 노동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가 노동조합이었다면, 노동자들이 공동의 기업 운영에 직접 나선 것이 바로 협동조합이었다. 이른바 사회적 경제가 앞서간 나라에서 협동조합의 가장 든든한 우군 또한 노동조합이다.

글·사진 김현대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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