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부화한 오리를 농장 공급하면서
사람·차량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전남서 발병·증상 3곳은 같은 주인
밀양서도 의심 신고…닭 집단폐사
사람·차량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전남서 발병·증상 3곳은 같은 주인
밀양서도 의심 신고…닭 집단폐사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및 확산이 독특한 양상을 띠고 있다. 상대적으로 바이러스에 강한 오리 농장에서 시작해 닭 농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해안 벨트 전역에 이어 영남 지역까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확산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6일 전북 고창군 신림면의 최초 발생 이후 27일까지 처음 열이틀동안 12건의 조류인플루엔자 의심신고가 접수됐으며, 그중 11건이 오리 농장이었다고 밝혔다. 24일 충남 부여에서 발생한 씨닭농장이 유일한 예외였다. 바이러스가 확인된 11건의 오리 농장을 살펴보면, 알을 깨고 나온 이틀짜리 새끼오리를 육용오리 농장에 공급하는 씨오리 농장이 6건을 차지했다. 이후 28일부터는 닭 농가로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틀 사이에 5건이나 신고 접수됐으며, 그중 씨닭 농가 2건을 포함해 닭 농장이 4건에 이르렀다. 나머지 1건은 또 씨오리 농장이었다. 전남 해남과 나주, 영암에서는 같은 농장주가 운영하는 3개의 씨오리 농장에서 동시에 고병원성 감염이 확인되거나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일부 방역 전문가들은 씨오리 농장이 다른 오리 농장과의 접촉이 빈번하다는 점에 주목해, 철새보다는 농장의 사람과 차량을 통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는 87곳의 전국 씨오리 농장에 대해 다음달 4일까지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씨닭 농장 및 부화장의 방역실태도 다음달 초까지 일제 점검하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의사는 “열흘 이상 씨오리 농장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보고 전문가들도 신기하게 생각한다. 전남에서 신고된 3개 씨오리 농장의 주인이 같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대 교수는 “이번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국내에 없던 유형이어서 해외에서 유입됐다고 판단하지만, 지금으로선 철새 뿐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29일 경남 밀양시 초동면 덕산리 토종닭 농장에서 70마리가 폐사하는 조류인플루엔자 의심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31일 정밀검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나, 토종닭의 증상으로 보아 경상도 지역으로 이미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이 농가는 철새 도래지인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14㎞, 우포늪에서 23㎞ 가량 떨어져 있다.
한편, 경기도는 29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의심 신고된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농장의 닭 1만8천여마리 전부를 예방적으로 살처분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간이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 정밀 검사 결과가 30일 오후 이후에 나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이날 굴삭기 2대를 동원해 예방적 차원에서 미리 살처분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조류인플루엔자로 의심 신고된 평택 청북면 어연리 육계농장의 경우 간이검사에서 음성판정이 나옴에 따라 일단 정밀 검사 결과 때까지는 이동을 제한하는 등 예찰활동과 소독에 주력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또 철새 도래지 진입로와 집단 사육지역 등의 이동 통제 및 거점 소독시설을 현재 11개소에서 26개소로 확대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다.
김현대 기자, 수원 밀양/홍용덕 신동명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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