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현대·기아자동차의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수석 연구위원직’의 신설이었다.
박준홍(51)·지요한(50) 수석연구위원이 그 주인공이다. 각각 ‘국내 최고의 자동차 주행성능 전문가’, ‘국내 최고의 디젤엔진 전문가’란 평가를 받는 두 사람은 지난 연말 인사에서 현대차 연구위원으로는 처음으로 ‘수석’ 타이틀을 달았다. 1만여명의 연구인력을 대표하는 13명의 연구위원 중 이 두 사람은 ‘부사장급’ 대우를 받으며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및 기술부문 승진자 비율도 43.4%(182명)로 지난해(39.3%)보다 증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성능 개선 및 품질 확보를 통한 상품 경쟁력 강화 활동을 지속 추진하고, 친환경차 및 차량 아이티(IT) 등 미래 핵심기술 선점과 안정화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 인사가 보여주듯 현대차는 올해 ‘역량 강화를 통해 미래 성장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각오로 ‘청마의 해’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4.1% 증가하겠지만,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따라 판매목표를 공격적으로 내세우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해로 삼는다는 전략인 셈이다. 중국의 성장 지속과 신흥국 경기 회복, 유럽시장 수요의 증가세 전환 등 판매에 긍정적 요인이 있지만,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엔화 약세에 따른 경쟁력 악화 등 부정적 요인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현대·기아차가 세운 자동차 생산·판매 목표는 786만대다. 지난해 세계 9개국 31개 공장에서 756만대를 생산·판매했던 걸 떠올리면, 목표치를 낮게 잡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양적 팽창보다는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통한 ‘제값 받기’ 노력 등 내실을 다질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주력한다. 2010년 9월 국내 최초로 전기차 ‘블루온’을 개발하고, 2011년 국내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레이 전기차’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부터는 민간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등 전기차의 대중화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기아차는 내년 상반기 ‘쏘울’ 전기차를 출시하고, 현대차는 2015년 하반기를 목표로 성능이 대폭 향상된 준중형급 전기차 출시를 벼르고 있다. 지난해 내놓은 ‘그랜저 하이브리드’ 등 하이브리드차도 친환경차 시장 공략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무기다.
스마트카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기아차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4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전기차 전용 텔레매틱스 시스템 ‘유보 이브이(EV) e서비스’ 등 운전자의 편의성을 향상시킨 인포테인먼트와 안전 분야 차세대 신기술을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현대·기아차는 자동차에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센서, 통신 등의 기술을 종합적으로 적용해 탑승자의 안전을 높이는 동시에, 향후 자율주행차량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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